[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그나마 업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올해도 고질적인 하투(夏鬪)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동조합의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역시 70%를 웃도는 찬성으로 올해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하투 채비를 끝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미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하고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대외적인 불확실성 고조로 내부 결속력을 다져야 할 시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70.5%의 찬성을 얻어 가결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가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낸 만큼 오는 8월 중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과가 나오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조만간 여름휴가에 돌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휴가 이후 본격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차 노조 역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를 82.7% 찬성으로 가결했다. 24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상태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8월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파업으로 이제 막 회복세를 나타낸 실적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 특히 올해 실적 회복세를 이끈 주요인은 '환율'이었기 때문에 차량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올해 2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차량 판매가 떨어졌지만, 현대차는 환율효과로 2644억원, 기아차는 1800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업계 맏형도 심상치 않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조선업계 노조도 파업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조합원 1만5000여 명이 속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미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하고 여름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휴가에 복귀한 8월 중순부터 부분파업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는 작년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에 힘입어 수주절벽에서 벗어났지만, 올해 또다시 악몽을 재현하고 있다. 조선 3사 가운데 상반기까지 올해 초 내세운 수주 실적 절반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신규 선박발주량은 102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3% 감소했다.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세계 경기 전망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며 대외적인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내부 결집력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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