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정상 이유로 어렵다" 외면
美출장 설명선 "심각성 체감 시작"
침묵하던 美업계도 목소리 더 낼듯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출장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출장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8월 2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우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한일 고위급 양자 협의를 거부했다.

유 본부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다음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장관회의를 계기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대신(장관)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유 본부장은 RCEP 장관회의 등 다자·양자 등 주요 계기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2일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한인지, 일본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할지는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업에는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 본부장은 23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 의회, 업계, 전문가 등 20여명을 만나 한국측 입장을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이용한 매우 위험한 선례로서 한일 양국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미국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수출통제제도와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도 없으며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설명을 토대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측 인사들에게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본부장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다.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우리 설명에 대해서도 로스 장관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유 본부장은 전했다. 유 본부장은 "미 의회 인사와 싱크탱크 및 각계 전문가들도 일본의 조치가 미국 경제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 등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미국 업계는 한국과 일본 통상당국에 서한을 보내 조속한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유 본부장은 "그간 미국 업계는 일본 조치의 영향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만나보니 '일본 측의 조치로 인한 영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면서 직접 서한을 전달하고,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더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서한에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정보기술산업협의회 등 반도체·정보기술(IT) 관련 업계는 물론 컴퓨터기술산업협회, 소비자기술협회, 전미제조업협회와 같은 제조업계까지 참여했다.

미국 업계는 서한에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출통제정책의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유 본부장은 "미 정부와 의회, 업계, 싱크탱크 등 전문가 집단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무역질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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