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수 지음/역락 펴냄
예의범절에 어긋나고 불손한 자에게 "건방지다"고 하면 서로 얼굴을 붉힐지 모른다. 그러나 "병자년 방죽이구나"하면 언짢은 것을 풀면서도 상대에게 완곡하게 전해져 생각할 겨를을 준다. 그 건방진 자는 둘 중 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뜻을 알고 있는 이라면 십중팔구 말한 사람에 미안한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식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한 자는 속으로 그 뜻을 헤아리느라 잠시 경황을 잃을 것이다. 복수를 제대로 한 셈이다. 병자년 방죽이다는 조선 고종 13년 병자년 모진 가뭄이 들어 방죽(저수지)이 다 말라(乾) '건방죽'이 된 데서 유래한 동음어 비유다. 일종의 어희(word play)인 것이다. 우리말에는 각양각색의 언어유희가 풍부하다. 이런 말놀이를 곁말이라고 하는데, 진의를 다른 말로 빗대어 하는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음어, 비유, 다의어, 속담, 수수께끼, 파자, 재담, 육담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긴장의 끈을 늦추고 마음이 여유를 갖도록 해주는 기능을 한다.
한양 갔던 이몽룡이 거지 행색을 하고 찾아온 이몽룡이 춘향모 월매를 찾아오자 월매는 옥에 갇힌 춘향을 찾아 이렇게 말한다. "너 평생 상사하는 이 서방인지 서캐서방인지 왔다고 한다." 전라감사나 암행어사가 돼 로 돌아오길 고대했던 이 도령이 거지로 나타나자 이몽룡의 성을 머리카락에 서식하는 해충 '이'의 알 '서캐'에 비유한 것이다.
'재미있는 곁말 기행' 상·하는 우리 전통적 수사기법인 '곁말'을 풍성한 예화와 함께 일반 대중에게 재밌게 소개한 책이다. 총 58장에 걸쳐 속담과 설화, 판소리, 탈춤, 고전 문학작품 등에서 흥미로운 용례를 찾아서 담았다. 재미와 익살, 풍자의 바다가 펼쳐진다. 저자 박갑수 선생은 서울대 명예교수로 현대 한국어 연구와 번성에 남다른 족적을 남긴 대표적 국어학자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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