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이 신뢰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책결정자가 신뢰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관계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내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일 무역갈등을 넘어서 :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란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추천해 화제를 모은 '팩트풀니스(Factfulness)'란 책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을 설명했다.

그는 "책의 주요 메시지가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가 다양한 차원에서 왜곡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책에 나온) 첫번째 강조점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에 가장 큰 괴리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후카가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사용하며 양국간의 괴리감을 설명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한국은 과거 유교사회에서의 도덕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법적인 측면에서 변호사와 같이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미 예일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이론을 가져오기도 했다. 신뢰 수준이 높은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바탕이 돼지만,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은 구성원간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에 대기업과 중소 및 중견기업이 균형적으로 있는 이유는 서로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라면서 "저신뢰 국가들은 신뢰관계가 약하다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루 발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신뢰가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의 '전략 물자' 현지화 시도도 20년간 모두 실패했다고 후카가와 교수는 설명했다.

한국정부가 대기업과 일본 문제에서 있어서 '치킨게임' 방식을 취해왔던 것도 제기했다. 후쿠가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대기업을 공격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다시 대기업을 지원하는 주기가 반복됐는데, 일본과 경제 관계에서도 이런 주기가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대일 무역적자가 클 때는 수입처를 다각화하려고 하다가 관련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일본 수입을 늘리는 주기가 반복됐다"며 "경제학자로서 왜 무역적자를 강하게 비판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내에서 일본계 자본이 신용대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신뢰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는 은행이 정부의 지시를 받아 대출을 막는 일은 없다"면서 "일본은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는 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그는 정치적 협상과 다자간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미국에 가 일본이 보복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일본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면서 "한국정부가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으며,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쟁점)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카가와 교수는 "WTO가 와해하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일본과 분쟁하기보다는 WTO를 지지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나 WTO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현상황에 한국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며, 이 부분에서 일본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쓰나미, 지진 등 재난에 노출돼 있어 늘 과거를 잊고 미래에 대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며 "경제 통합, 고령화 소득 창출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된 문제에서 서로 이해도를 높이면 다른 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일 무역갈등을 넘어서 :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란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일 무역갈등을 넘어서 :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란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일 무역갈등을 넘어서 :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란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일 무역갈등을 넘어서 :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란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