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뇌파 측정으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나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치매선별검사지(MMSE)'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일 전망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인체항노화표준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전두엽 뇌파 측정으로 치매 위험군을 가려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신경 질환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75만명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령대의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치매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 완치가 어려워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전국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선별검사(MMSE)'를 사용하고 있으나, 검사 문항이 단순해 반복 검사가 어렵고, 치매 정밀진단에 쓰이는 서울신경심리검사총집(SNSB) 등의 설문은 긴 시간이 걸려 불편하다.

연구팀은 뇌파를 활용한 치매 진단법에 주목했다. 뇌파는 비침습적이고, 학습효과가 없으며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 번거롭고 긴 준비시간이 필요하고, 까다로운 측정 환경, 분석기술의 복합성 등으로 뇌파를 활용한 치매 평가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밴드 형태의 전전두엽 뇌파측정 기기를 적용해 극복했다. 이마에 붙인 전극에서 측정된 뇌파 신호를 분석해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치매 위험군을 선별해 낸 것이다.

500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기존 치매선별검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파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뇌파 측정기기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재욱 한의학연 박사는 "뇌파 등 생체신호를 활용해 치매 초기 또는 전 단계 증상까지 선별하고, 증상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의료기관이나 가정에서 치매예방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경남 의령군 복지사업인 '뇌노화지도구축사업'의 검진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지난 18일자)'에 실렸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의학연이 개발한 전전두엽 뇌파측정 기기를 사용해 치매 위험 여부를 시연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복잡한 준비 과정 없이 실제 임상에서 쉽게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의학연 제공
한의학연이 개발한 전전두엽 뇌파측정 기기를 사용해 치매 위험 여부를 시연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복잡한 준비 과정 없이 실제 임상에서 쉽게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의학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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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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