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대책마련 분주
트럼프 중재 가능성 일말 기대
美 전자업계 "한일싸움 멈춰라"
한일 정부에 조속한 타결 촉구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일본의 한국 '화이트(백색) 국가' 제외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대응방안 마련에 초비상이다. 당장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그나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처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가능성과 피해 정도, 대응책 마련 등을 위해 국내·외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려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무리한다.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전날 공동 명의로 일본 정부에 국내 산업계의 의견을 대표해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이슈지만 사실상 정치·외교 갈등이라 개별 기업이나 부처 간 논의로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본의 통상규제 확대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그 수위와 이에 따른 파장 등을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LG와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대관, 구매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이 휴가 일정도 미룬 채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은 이미 일본에 직접 찾아가 현지 상황을 점검했고, 실무진들도 수시로 일본을 비롯해 다른 국가 소재 업체들과 접촉하며 주력 제품의 핵심 소재 재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지시하면서, 일본이 수입 통제를 확대할 경우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IM(IT·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부문 경영진들도 잇따라 불러 직접 재고 현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한·일 통상갈등의 피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벨류체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일본 소재·장비 의존도를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다. 최근 중소 협력사들과 함께 일부 소재의 국산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일본을 당장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재계는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반도체산업협회(SIA) 등 미국 6대 전자업계가 한·일 양국 정부에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공동 발송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일 정상 모두가 원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으로 중재 가능성을 남겼다.

특히 재계는 미국 전자업계의 이번 공동서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최근 (일본 정부에 의해) 발표된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의 분쟁으로 인해 규제의 불확실성, 잠재적인 공급망 붕괴, 제품 출하 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제조업은 상호연관성과 복잡성이 작용하는 공급망과 적기 재고 확보 등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이런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수출 규제 정책의 변화는 공급망 붕괴, 출하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자국 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글로벌 ICT 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인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이번 사안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모색하는 동시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더 폭넓게는 모든 국가가 수출 규제 정책을 변경할 때 투명성과 객관성, 예측 가능성 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자간 접근 방식을 채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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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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