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선거 목표 의석수에 미달
'韓 때리기' 전략 제한적으로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당선자 이름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당선자 이름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민당 등 일본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22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124석을 두고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여권은 집권 자민당 57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4석 등 총 71석을 얻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여기에 이들 2개 정당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의석 70석을 더하면 모두 141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245석)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개헌을 하려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164석이 필요하다.

여당 외에 개헌 세력으로 거론되는 일본유신회와 무소속까지 모두 포함해도 개헌발의 가능 의석 수에 4석이 부족한 160석에 그치게 됐다.

선거 결과를 두고 이번에 여당에 맞서기 위해 전국 32개의 '1인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한 야권은 10석을 획득,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4개 야당이 개헌 세력의 3분의 2 의석 확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은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목표로 했던 2020년 개헌 추진은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선 아베 총리의 '한국 때리기' 전략이 제한된 수준으로만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은 2년 전인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한 '북풍(北風)' 전략을 써서 낙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한국 때리기' 전략을 썼다.

이번 선거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에 맞춰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놨고, 자민당은 후보자나 선거운동원 등에게 유권자들을 만날 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언급하라는 조언을 지침으로 내놓으며 한국에 대한 보복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운동 기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한국을 향한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18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발언 중간에 말을 끊고 '무례하다'는 말을 한 것도 돌발 행동이 아니라 계산된 액션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베 정권의 보복 조치에 대해 일본 기업들도 '부메랑'을 맞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부각됐다. 또 한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관광 산업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고, '보복 조치가 아니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최고 7%포인트(니혼게이자이신문)나 떨어졌고, 극우성향 산케이신문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다른 한일 갈등 이슈 때에 비해 높지 않았다.선거 투표율도 관심이었다. 선거 투표율은 총무성 집계 결과 48.8%로, 3년 전인 2016년의 참의원 선거 때의 54.7%보다 5.9%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보였던 1995년의 44.52%에 이어 전후(戰後·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50%를 넘지 못한 것도 24년 만이다.

교도통신은 낮은 투표율에 대해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후쿠오카(福岡), 사가(佐賀)현 등에선 지역에 따라 20일부터 투표일인 21일까지 24시간 강우량이 최대 300㎜를 넘는 곳도 있어 날씨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후쿠오카현 구루메시(市)에선 오전 7시였던 투표 개시 시간을 2시간 늦추기도 했다. 폭우 등의 영향으로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長崎), 가고시마(鹿兒島)에선 투표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선거일 현재 총 유권자 수는 약 1억588만명이었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두고 '돼지의 해 징크스'가 거론된다.

일본에서 통일 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 참의원 선거는 3년에 한 번 열리는데 이 때문에 12년에 한 번 돼지의 해에 선거가 겹치는 경우가 생긴다.

공교롭게도 이런 돼지해 선거에서 일본의 정부·여당은 매번 고전하며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2007년에는 제1차 아베 내각이 침몰했고 1995년에는 집권 자민당이 의석수를 33석에서 46석으로 늘렸지만, 당시 야당인 신진당이 19석에서 40석으로 급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해에는 4월 통일지방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가 열렸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야 '개헌 동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여당이 돼지의 해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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