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아시아 리스크모니터 Inc. 중국전략분석가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모니터 Inc. 중국전략분석가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모니터 Inc. 중국전략분석가
1971년 10월 22일 오후, 헨리 키신저 미 닉슨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았다. 2002년에 비밀해제된 미 정부 내셔널 아카이브의 닉슨 대통령 통치 사료에 따르면, 전 세계가 까맣게 모르는 가운데 열린 이 비밀회동은 1971년 7월 9일에 이어 두번 째로 열린 회동이었다. 4시간 넘게 계속된 이 비밀회동에선 미국 측에서 백악관 NSC(국가안보위원회) 시니어 멤버인 윈스턴 로드와 존 홀드리지, 국무성 관리 알프레드 젠킨스가, 중국 측에서 지펑페이(姬鵬飛) 외교부장 대리와 외교부 미국 담당 관리들이 각각 참석했다. 회동이 아니라 회담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회담의 주제는 남북한 문제와 일본, 남아시아, 소련, 군축 등이었다. 남북한 문제, 특히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저우 총리가 말을 먼저 꺼냈다. "북조선으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된 첩보에 따르면, 사복 차림의 일본 자위대 지휘관들이 남조선에서 조사 활동을 벌였으며, 남조선 군대도 이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우리는 일본 군대가 대만의 미군을 대체하거나, 남조선의 미군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할 생각이다. 만약 남조선 내에 일본 군사력이 확대된다면 당신들이 철수한 동아시아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만약 당신들의 목표가 주한미군 철수라면, 또 다른 목표는 남조선 주둔 미군을 일본 군대로 대체하는 것이 될 텐데…, 이렇게 말해도 괜찮은가?"

저우의 말에 대해 키신저는 "총리는 늘 나보다 앞서간다. 주한 미군을 일본 군대로 대체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일본 자위대를 대만으로 보내는 것 역시 우리의 원칙이 아니다"라고 부인한다. 그러면서 "총리의 말에 옳은 점은 있다. 나는 올해 한국을 방문한 자위대 장교들의 명단을 본 일이 있으며 이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중은 48년 전에 이루어진 이 회담 이후 손을 잡았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1979년 1월의 수교를 통해 미국과 소련이 양극(兩極)을 이루던 세계질서에 미국은 중국을 활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중국은 미국을 활용한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해 소련을 무너뜨렸다. 이후 국제질서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다가 현재 미·중이 양극을 이루는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그런 구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서 중국의 어깨를 넘어 김정은과 직접 담판을 하는 새 전략을 시험중이다.

지난 11일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일본을 전력(戰力) 제공국으로 제안한 일이 없고, 또한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유엔사의 발표는 최근 주한미군이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 2019'에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군사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엔사의 해명은 '전략 다이제스트 2019'에 포함돼있는 "유사시 유엔사는 일본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지원과 병력 제공을 계속한다(UNC continues to ensure the support and force flow through Japan that would be necessary in times of crisis)"는 구절을 과도하게 해석한 결과라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48년 전 키신저와 저우언라이가 전 세계가 모르는 가운데 마주 앉아 한반도를 놓고 담판을 벌이던 과정에 나타난 주한미군 철수와 일본 군사력의 한반도 투사에 관한 미국의 기본 전략,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을 보면 현재의 남북한과 미·중 관계, 일본 군사력의 관계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일본을 통해 한국과 북한, 중국의 군사력 대결을 지원하려 할 것이라는 전략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아베의 일본은 최근 오키나와 열도에 중국 해군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4개의 대함(對艦)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가 하면, 중국 해안의 주요 군사기지를 언제든 공격 가능한 F35 스텔스기 40대를 도입중이다. 지난 5월 2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서 아베와 함께 준항모로 개조된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加賀)에 승선해 일본의 F35 탑재 항모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연장선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을 통해 한국에 대한 물자와 군사력의 지원하는' 전략을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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