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마무리 신동빈 회장 '日대책' 말 아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의식한 듯 기업의 책임강화 부문에 초점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5일간 진행한 하반기 사장단회의를 마무리했다. 사장단회의가 열리기 전 일본을 방문했던 신동빈 회장(사진)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발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불매운동이 유니클로 등을 보유한 롯데그룹으로까지 번지면서 신 회장이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롯데는 지난 16일부터 5일간 진행된 2019 하반기 'LOTTE Value Creation Meeting(이하 VCM)'을 마무리했다고 21일 밝혔다.
올해는 'Internal IR'이라는 부제 아래, 참석자들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각 사의 발표를 듣고 가상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대표이사, BU장, 그리고 금융사를 포함한 58개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 약 140여명이 참석해 지난 4일 간의 VCM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공감(共感)'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 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단순히 대형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회장은 최근의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권한 이양을 통해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우수한 젊은 인재 확보 및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 회장은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대표이사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회의 공식 석상에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하던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1일간 현지에 머물며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난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비공식 자리를 통해 일본과 투자·제휴 관계에 있는 계열사 고위 임원에게 일본 현지의 기류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롯데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는 직접 연관이 없지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롯데아사히 주류처럼 일본과 합작사가 많아 국내 불매운동으로 인한 '유탄'을 맞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회의에서 '공감'을 화두로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국면에서 일단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면모를 갖춰 기본을 충실히 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