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또 기각됐다. 지난 5월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데 이어 이번에 분식회계 혐의로 처음 청구된 구속영장 마저 기각 되면서 삼성바이오와 삼성그룹을 겨냥하던 검찰 수사의 추진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20일 오전 2시 30분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김 대표 등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분식회계로 규정한 건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 이고, 자신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 차원"이라며 "주총 의결 등 필요한 절차도 다 밟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김 대표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줌에 따라, 검찰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규명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검찰은 김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전·현직 그룹 수뇌부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은 3년전인 2016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8년 4월 '재벌 저격수'로 통하는 김기식 금감원장이 취임해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찰 수사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도 금융감독 기구인 금감원이 정권이 바뀌자,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24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