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옆에 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당 무슬림 의원인 일한 오마르(미네소타)에 관한 트윗을 인쇄한 종이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에 대한 자신의 인종차별적 공격과 관련, "그들은 우리나라를 싫어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소수인종 출신의 민주당 여성의원 4인방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이 하원에서 발의됐지만 표결 끝에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공화당이 당론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가운데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 간 갈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재판의 도마 위에 오를 뻔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부에 반기를 든 이탈표로 인해 균열을 드러냈다.
미 하원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앨 그린(텍사스) 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의 '폐기'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찬성 332명 대 반대 95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그린 의원의 탄핵 결의안은 사실상 폐기 처리되게 됐다.
이번 탄핵안의 사실상 폐기로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과 인종주의 발언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시름을 덜게 됐다.
투표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들뿐 아니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37명도 폐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린 의원은 탄핵 결의안을 패스트트랙인 '특권적 법안'으로 분류함으로써 조속한 표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 폐기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표결을 진행하게 됐다.
그린 의원은 2017년과 2018년에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공화당뿐 아니라 '시기상조'라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58표와 66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유색인종 초선의원 4명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퍼붓자 "이 나라는 편견과 인종차별, 증오, 외국인 혐오, 이슬람 혐오 등을 참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보내야 한다"며 탄핵안을 제출했다. 지난 두 차례와는 달리 중간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하원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열린 표결 결과가 주목됐지만,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그러나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당장 탄핵하자는 민주당 의원이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내주 예정인 로버트 뮬러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의회 진술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공방은 갈수록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즉각 시작하려는 것에 줄곧 반대해왔으며, 이날도 그린 의원의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 가결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만 결집해주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하지만 의회 조사를 통해 "6개 상임위원회에서 사실을 추적하고 있다"며 의회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만한 '팩트'를 찾아내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AP통신은 표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펠로시 의장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