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정상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에 압박의 수위를 높였던 문 대통령이 하루만에 외교업무의 과중함을 언급하면서 이낙연 총리를 언급한 것이다. 지일파로 분류되는 이 총리를 앞세워 지지층을 대변하는 문 대통령과 함께 투트랙 접근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 들어 국정에서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갈수록 경제외교가 중요해지고, 그와 함께 평화외교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상외교를 투톱체제로 분담하고 있다. 입헌군주제 국가들은 국왕와 총리가 함께 정상외교에 나서고, 사회주의 국가들도 국가주석과 총리가 정상외교를 나누어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국무총리의 정상급 외교는 우리 외교의 외연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뿐 아니라 총리의 순방외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 주기 바란다"며 "정상급 외빈이 방한할 경우에도 국무총리의 외교적 역할을 더 넓힘으로써 상대 국가와의 실질 협력 확대를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일본과의 관계를 풀기 위한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는 동안 일본 정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으나, 동시에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 소통도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전례 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