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참으로 아마추어 정부다."

지난 1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에 수출규제 조치가 취해진 지 2주가 넘었건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내년에 또다시 인상되는 '최저임금', 기업을 옥죄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설득 과정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게 우리 정부의 현 주소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역시 시행된 지 2년이 돼 가지만 오히려 노동자 간 갈등과 대립, 반목만을 부추길 뿐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고용·노동 분야의 간판 정책들이 현장에 착근하기는 커녕 여러 부작용과 후유증만 남기고 깊은 상처로 곪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권 3년차에 접어 들었음에도 국정 전반에 있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정책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애절한 지적은 외면한 채 어린 아이가 마냥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생떼를 쓰듯 하는 모습에 "아마추어 정부가 맞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런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은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자세와 방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올 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움직임을 감지하고도, 외교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무대응·무대책·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본에 맞서 너무나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 등 신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엄중한 경제상황 속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문제 의식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직후인 지난 3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언급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실장은 "일본에서만 수입할 수 있는 소재나 부품을 골라내니 '롱 리스트'가 나오더라"며 "수출규제 품목은 리스트에서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번에서 3번까지를 딱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정책실장이 마치 "내 예측이 맞았지"라는 경제학자 출신다운 평론(?) 수준의 발언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정부의 느슨한 대응과 달리 기업들은 민첩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되자 마자 일본으로 출국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거의 1주일 가량 일본에 머물면서 수출규제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 사이 우리 정부는 재계와 만나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정부 대책 역시 장기적인 것에 불과하고, 당장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들로 알맹이가 없는 것들이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단순한 경제 보복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로 장기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일본에 주도권을 잃고 끌려가는 모양새이다.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선 일본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고(故) 김종필 전 총리,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과 같은 '거물급 지일파 인사'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번 정부에는 풍부한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정·재계와 폭넓은 인맥을 가진 명망 있는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폐'로 치부됐을 게 뻔하다.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 정부를 대신해 일본과 협상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제2의 JP·TJ'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지금은 국익을 지키면서 실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일(對日) 외교 노력에 여야 모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고 박태준 회장이 일본을 대하는 원칙은 '일본을 알고(知日), 일본을 활용하고(用日), 일본을 넘어서자(克日)'였다. 일본과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전략이다. 일본 역시 섬나라 특유의 소아(小我)적 근성을 버리고, 과거에 대한 통렬한 역사적 반성과 사죄,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 대아(大我)다운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런 후에, 한국과 새로운 양국 관계 신뢰구축 및 협력을 통해 동북아 안보질서는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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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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