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게임은 '청소년기'였다. 한국 게임산업은 1990년 중·후반 태동하여 20여년 동안 급성장했다. 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부모의 관심이 꼭 필요한 '청소년기'처럼 게임 규제는 강화되고 지속되어 왔다.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항변도 해보고, 다른 인터넷산업과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하는 자율규제를 게임 분야에서 적용하겠다고 발표도 해보았지만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한국 게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1의 글로벌 콘텐츠산업 분야로 인정을 받았을 때에도 PC와 핸드폰의 과도한 이용의 원인으로, 청소년들의 학습방해 원인으로, 각종 사회문제 원인으로 오해를 받는 등 불명예스러운 때가 더 많았다.
오늘의 한국게임은 '성인기'로 들어서고 있다. PC 온라인게임의 성인결제한도 폐지를 시작으로, 타율이 아닌 자율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오늘의 한국 게임에 강하게 불고 있다. 사실 PC 온라인게임의 성인결제한도는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규제였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모바일 게임과의 형평성 문제, 성인의 게임이용에 관한 자기결정권 침해, PC 온라인게임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성인결제한도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2017년에는 '민관합동 게임제도 개선협의체'가 출범하며 결제한도폐지가 현실화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합의안은 불발되었고 결제한도 규제는 영원히 지속되는 듯 했다. 이렇게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난제가 2019년 들어와 드디어 해빙기를 맞이했다. 지난 6월, PC 온라인게임 성인결제한도가 정부의 결정으로 최종 폐지됐다. 이어 강제적 셧다운제도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 결정도 발표되었다.
정부의 규제철폐에 발맞추어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자가한도 시스템'이라는 자율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자가한도 시스템'이 정착되면 게임이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결제한도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결제내역 알림 서비스도 제공된다. 앞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자가한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중심의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다. 이제 과거의 강제적 규제가 자율규제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게임의 성장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만들어준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결단, 그리고 이에 호응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자율규제 정착을 위한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 게임의 미래는 '게임이용자'에게 달려있다. 타율규제가 자율규제로 치환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율규제가 더 어렵고 외부의 비판에 더 취약하다. 한국 게임산업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전하겠지만, 게임이용자 보호와 건전한 게임문화를 스스로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또 자율규제는 정해진 정답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호해 두려울 수도 있다. 등급분류 심의과정에서 게임물내용 정보기술서에 결제(충전)한도 항목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게임이용자 보호방안을 어떻게 마련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를 실효성있게 준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정부와 게임업계 모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 해답을 '게임이용자'에게 찾았으면 한다.
게임 생태계는 게임업계와 게임이용자 그리고 양자의 분쟁조정자인 정부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게임 산업의 정책이 결정되어 왔으나 게임이용자의 의견은 잘 반영되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게임콘텐츠의 소비주체는 게임이용자이다. 게임콘텐츠를 직접 이용하고 평가하는 최대의사결정자가 바로 게임이용자라는 말이다. 게임이용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율규제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또한 침체된 콘텐츠산업의 부활에 대한 해법도 게임이용자와의 소통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와 게임업계가 게임이용자와 자주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맞춤형 자율정책도 마련하고 동시에 게임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도 복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