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확대 소식에
매매 시장 분위기 확 달라져
3000만원 낮춰도 매수자 없어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적용키로 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초강력 추가 규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천만원씩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면서 강남 재건축 매매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침을 밝히기 전인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매수 문의는 넘치는데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매도가 급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팔겠다고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3000만원을 낮춰서라도 팔겠다고 하는데 매수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분양가 상한제 공포로 인해 이달 초와 비교해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 76㎡를 18억원에 팔겠다던 집주인이 호가를 17억7000만원으로 낮췄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일반분양 물량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상한제 타깃이 된다는 점에서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갑자기 상한제 이야기가 나오니 다들 얼떨떨해하고 있어서 한동안 매매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전고점 시세를 넘어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75㎡가 4월 초 16억원에서 현재는 19억5000만~19억7000만원까지 호가가 뛰면서 지난해 전고점(19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는 전화만 걸려올 뿐 상한제 언급 이후 거래는 뚝 끊겼다"며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터트리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포동 주공 1·2·4 주구(주택지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 대표 재건축 단지들이 거래도, 매수 문의도 멈춘 상태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재건축 호가가 확 빠지는 건 아닌데 일반분양이 많은 주공 1·2·4주구의 경우 매도가 급한 한 조합원이 호가를 1억∼2억원이라도 낮춰서 팔겠다는 의사를 비쳤으나 살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며 "상한제 적용 단지 등 구체적인 윤곽이 나와야 시장의 움직임도 명확해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현재 매수자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 일대의 중개업소 대표는 "발표 이후 거래가 올스톱됐다"며 "매수 문의가 한 통도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상한제 발언 이후 벌써 팔렸어야 할 급매물도 안 나가고 있다"면서 "안전진단 결과가 6개월 뒤 나올 예정인데 그간 급매가 나오면 사겠다던 사람들도 다들 그때 가서 상황을 보자며 돌아섰다"고 말했다.

최근 매매거래가 활발했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도 분양가 상한제 이슈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목동은 아직 재건축 안전진단도 시작 못 한 단지라 상한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매물이 없을 때는 적극적으로 사겠다던 사람들이 상한제 언급 이후 한발 물러서고 있다"고 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신축 단지들은 매수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정사거리역 인근 목동 힐스테이트는 2주 전 11억4000만원이던 전용면적 84㎡평형이 11억8000만원에 팔린 뒤 현재 호가가 12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축 아파트는 상한제와 직접 영향이 없다 보니 일단 매도 호가도 올라가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규제를 하니 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파트값 향방을 결정짓는 재건축 단지가 약세로 돌아서면 결국 일반아파트도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이라며 '풍선효과' 기대를 일축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시행령의 경과규정을 어떻게 둘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얼마나 확대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당장 일반 아파트는 가격이 내려가진 않겠지만 재건축이 하락하면 일반 아파트값만 나홀로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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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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