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 입장 재확인
관세전쟁 현실화땐 충격 커
전문가들 '외교적 대화' 강조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강화에 이어 전 업종에 걸쳐 1100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것임을 밝히는 등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정부의 '상응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검토하는 '대일(對日) 상응조치'로는 일본 제품에 대한 직접적 관세 인상, 특정 물품에 대한 수입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할당 관세 부가, 대일 수출품 제한, 일본 관광비자 제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가 관세를 인상하는 즉시 일본의 보복관세가 시작되고, 이렇게 되면 본격적 관세전쟁으로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며 외교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첫 한·일 양자 실무협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우호 국가인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일본이 오는 8월 22일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뿐 아니라 일본이 정한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산업에서 수출규제가 강해지게 된다.

그동안 정부는 단기적이고 직접적 대응조치에 대해 말을 아껴왔지만, 추가 보복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상응 조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응조치 1호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역시 관세 인상이다. 보복관세와 할당관세가 그것이다.

일본이 불합리한 무역차별로 우리나라에 손실을 끼친다면 피해액에 상응하는 만큼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국제법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일본의 명백한 '무역 차별'이라는 판결을 구해야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국내법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법은 빠른 시간 내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선조치 후 WTO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피력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피해액이 큰 물품에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있다. 반대로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특정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를 낮춰 국내 기업 피해를 줄여주는 방법도 거론된다.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한국보다 관세를 통해 얻는 이익이 약 200억원 많다"면서 "관세전쟁을 하면 일본이 우리보다 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선임연구원은 "이럴 경우 양국 국민 모두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일본 관광비자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750만명이 넘었지만 한국을 찾은 일본관광객은 절반도 안되는 300만명에 불과했다. 일본처럼 한국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 세제, 관세는 물론 산업·무역정책, 비자 강화까지 맞대응할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다만 이를 활용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로, 일본에 똑같이 맞대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대부분 기업 간 거래(B2B)로 다른 국가에서 대체 불가능한 품목이 많다"면서 "양국이 관세전쟁으로 확전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승제기자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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