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사상 초유의 '퍼펙트스톰' 위기에 삼성의 미래 투자도 올스톱됐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화웨이 사태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반도체D램 시황 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혐의 검찰조사 등 대내외 악재로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챙길 여유가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주요 경영진들을 만나 "흔들림 없이 투자하라"고 당부했을 만큼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은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2021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후 미래 투자계획은 아직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최근 들어 급격히 위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2~3달 동안 삼성전자 계열인 삼성넥스트와 투자전문회사인 삼성벤처투자의 해외 스타트업 투자 소식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푸디언스(AI 활용 식품정보제공), 1월 이스라엘 카메라 센서 스타트업 코어포토닉스 등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도 거의 매달 스타트업 지분투자 참여 소식이 들려왔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뚝 끊겼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시점도 미루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황 악화로 투자와 공장 가동 시점을 탄력적으로 속도 도절하고 있는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도 당초 올 연말 가동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늦춘 상태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위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퍼펙트 스톰' 급 위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수차례 오너 리스크에 시달렸고,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등 돌발적인 이슈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복합적인 위기가 찾아왔던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먼저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과의 통상마찰까지 불거지면서 주요 핵심 사업의 '생산'과 '판매'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에 찾아가 해법을 찾는 중이지만, 일본 소재 업체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갈등의 주 요인이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문제에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 겹친 외교·정치적인 사안이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재 경쟁력이 워낙 높아 대체 수입경로를 찾기도 어렵다.

잠시 휴전 중인 미·중 무역전쟁도 곧 다시 터질 시한폭탄과 같다. 미국 행정부가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양국 대표들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등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지만, 문제의 본질이 세계 경제의 패권 다툼인 만큼 쉽게 접점을 찾긴 어려울 전망이다.

양국이 또 다시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중국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고, 글로벌 보호무역 경쟁으로 확전하면 수출 전반이 크게 위축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내림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반도체 시황 회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 내부 변수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의 주요 핵심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고, 이 부회장에게까지 수사가 이어질 경우 또 한번의 총수 공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좋을 수록 미래 사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최근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많이 위축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만 압박하기보다 투자유인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전용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전용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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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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