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 '객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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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벨기에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로 며칠 간 달아올랐다. 올해는 바이올린 부문이 열렸다. 올해의 우승은 스텔라 첸이 거머쥐었다. 2만5000유로(약 3318만원)의 상금이 주어졌고, 일본음악재단 후원의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대여가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소식을 접한 후 필자는 '스텔라'라는 이름보다 '첸'(Chen)이라는 성씨에 더 신경이 쓰였다. '객석'을 운영하기 전과 달리 지금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세상사를 바라 볼 때가 많다. 특히 이웃나라 중국이 눈에 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을 '죽(竹)의 장막'이라고도 불렀는데, 그런 중국이 문호를 개방해 클래식 음악에도 '차이나 파워'가 불고 있다.

최근 알게 된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김현지씨 인데,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이다. 클래식음악 하면 아직 우리의 생각은 유럽과 미국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의 클래식 음악계에 물어보니 여러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리해 보면 이렇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다섯 개의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베이징 심포니, 차이나 내셔널심포니, 차이나 필하모닉, 차이나 심포니, 국가대극원 관현악단이다. 국가대극원 관현악단을 제외한 나마지는 아직 홈페이지에 영문도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외국단원 영입도 느린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가대극원과 소속 오케스트라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는 올해 4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교향악 축제에 지휘자 이장, 첼리스트 지안 왕과 함께 내한한 바 있다. 국가대극원은 매번 전 세계의 오페라단과 해외 지휘자를 초빙하여 오페라를 올린다.

중국의 뤼지아, 뤼샤오차아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발레리 게르기예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주빈 메타, 정명훈 등이 그들이다.한 작품을 맡으면 리허설부터 참가하고, 이외에도 2~3개의 콘서트를 지휘하고 돌아간다. 그 명성에 걸맞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국가대극원은 외국 성악가와 중국 성악가의 더블캐스팅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오페라나 콘서트는 유럽식 정통 래퍼토리와 중국 작곡가의 작품을 번갈아 연주한다. 때론 오페라 대사의 한 부분을 중국어로 바꾸거나, 관현악곡에 경극을 접목시키거나, 중국 전통악기를 위한 콘체르토를 선보이기도 한다.

예전에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공연에서 중국의 유명 배우가 내레이션을 맡아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국가대극원은 거의 쉬는 날이 없다.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근무 환경, 연주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는 분위기, 단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단체의 부재로 인해 단원과 행정부 간 마찰이 곧잘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라노 출신 퍼스트레이디의 영향인지, 정부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는 국가 중요 행사마다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며, 매해 국제콩쿠르도 생기고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중국 국제음악 콩쿠르'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중국 작곡가의 작품도 많이 연주된다. 국가 설립과 애국을 강조한 민족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점차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사회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고급문화의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자녀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려 하고 가족 단위로 공연장에 오는 경우도 많다. 국가대극원의 티켓은 약 15만원 전후로 일반인들의 한 달 월급에 비하면 상당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공연마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전석을 채운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김현지씨의 이야기다. 한국 바이올리니스트의 눈에 비친 중국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다. 1980~90년대에 클래식 교육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과정을 지나온 한국은 오늘날 클래식 음악 강국이 되었다. 어쩌면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에게도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디. 우리는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중국 하면 '거대 시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우리는 유럽과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발걸음과 정보의 레이더가 너무 먼 곳으로만 뻗어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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