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반등할 듯 하던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또 떨어졌다. 그렇잖아도 일본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 소재 수출 제한으로 비상이 걸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 공급과잉 상황이 이어지면서 6월 들어 가격이 폭락했고, 7월 역시 이 같은 하락세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은 "재무, 기술 등 여러 고려사항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3분기까지 일부 LCD 라인 폐쇄를 연기했고, 이 때문에 각 브랜드의 패널 재고 역시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일부 패널 제조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다소 조절하고 있지만 공급과잉 상황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L8-1 LCD 라인을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아직 일정이나 투자·생산 규모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후 잠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던 TV용 LCD 패널 가격은 지난달 들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UHD(초고화질)용 패널 평균 가격은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131달러를 기록해 한 달 전과 비교해 5달러(-4%) 하락했다. 작년 8월 156달러와 비교하면 16% 가량 줄어든 숫자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걸쳐 패널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 인치대에서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며 "패널 업체들은 저가로라도 재고를 정리하려 하고 있지만 가격이 원가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져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3분기는 전통적 성수기이지만 (미국의)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우려로 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과 중국 패널업체들의 10.5세대 전환에 따른 공급과잉 지속 등이 앞으로 2~3개월 동안 TV 세트업체들이 패널 구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상황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이어 3분기에도 흑자전환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연간 영업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2분기 9000억원 수준의 반짝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의 통상 규제에 대응해 OLED 패널 소재인 플루오드폴리이미드(불소처리로 열안정성을 강화한 필름) 대체 수입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려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 업체들은 전체 수입 물량의 93.7%를 일본에 의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에 비해 대체 수입경로가 많긴 하지만, 기존 일본 제품만큼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가격과 품질 등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