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기업인들과 의견 교환 예상 네트워크 활용 해결 실마리 기대 외교 문제로 발생한 사태인 만큼 이 부회장의 보폭에 한계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지난 7일 밤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위해 현지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어떤 해법을 마련해 올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보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편 일본 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한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휴일인 전날 오후 늦게 일본 도쿄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전부터 현지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관리 규정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관련 재고를 소량밖에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 관계자나 이번에 규제 대상이 된 현지 소재 수출기업의 경영진을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초강수' 방침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현지 소재 생산기업의 경우도 사실상 이번 수출규제의 '피해자'여서 회동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구축한 일본 재계 인맥을 활용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두루 의견을 나누면서 조언도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여러 경로의 '간접 지원'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사안은 강제 징용·위안부 보상 문제와 일본 참의원 선거 등이 엮인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직접적인 해결책을 가져오긴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한·일 통상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또는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 부회장의 귀국은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삼성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그 전에 귀국해서 준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황에 따라 청와대의 양해를 구하고 현지에 더 머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지 외신도 이 부회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거래처 기업 고위급을 만나 일본 이외 공장에서 한국으로의 조달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