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판단 '잣대' 될 수 있어 불완전판매 여부·보상배율 촉각 검찰총장 교체에 재수사도 관심
2018년 키코 검찰 재고발 기자회견. 연합뉴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이 임박한 금융감독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2013년 9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인 데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권고는 양측 모두 수용하지 않으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금감원은 양측(기업과 은행)이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권 역시 이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판단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한 잣대가 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달 중순 4곳(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의 키코 피해기업이 신청한 분쟁조정을 심의할 예정이다.
당초 금감원은 이르면 9일 경 분조위를 열 것으로 관측됐으나 중순 이후로 분조위 개최가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1년간 키코 사태 재조사를 벌여 왔다.
금감원 분조위는 막판까지 보안을 유지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조사와 법률검토를 거쳐 심의 날짜가 확정되면 브리핑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코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외환상품(키코)에 가입한 '738개 기업이 3조2000억원의 손실(2010년 6월 기준)을 입었다.
이에 피해기업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키코 상품구조가 은행에 유리하도록 짜였고 불완전판매 등 위법소지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건이 일단락되며 피해기업 대부분이 구제받지 못했으나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키코 재조사에 착수, 1년 만인 이달 중순 금감원 분조위에 키코 문제가 상정됐다.
이번에 분조위는 키코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 보상비율 등 최종 결론을 내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인정되는지, 기업의 책임을 어느 정도로 볼지에 따라 배상권고 비율은 사안별로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수장이 바뀌면서 해석이 달라졌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이더라도 은행들은 분조위 권고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소멸시효(손해 발생으로부터 10년)가 지난 데다 유사 사례로 분쟁조정을 신청할 기업들이 많아지면 배상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코 사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위와 다른 결을 보여 왔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코 사건이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피해기업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2주년 취임 간담회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금융위는 양 당사자가 받아들일 만한 분쟁조정안이 도출되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키코 사건의 재수사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신임 검찰총장이 적폐청산 과제를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키코 사건을 금융 3대 적폐로 규정했다. 이날 국회에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