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집값 못 견디고 귀촌 밀물 28년뒤 인구 대도시→지방 이동 인천·세종 외 광역시 139만 썰물 충남 등 道지역선 인구 순유입
서울에서 사업하던 A씨(61)는 최근 충북 괴산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면서 밭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아들인 B씨(27세)도 최근 직장을 그만 두고 농사일을 배우기 위해 귀농 학교를 다니고 있다.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이처럼 노인 세대와 청년 세대가 귀농·귀촌이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고도경제성장기에는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인구가 이동하면서 '이촌향도'라는 거대한 물결을 형성했다. 하지만 28년 뒤에는 판도가 바뀌어 대도시에서 사람이 빠져나가고 지방에 인구가 퍼지는 '역(逆) 이촌향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 시도별 순이동 수(중위추계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2047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주요 광역시에서는 일제히 인구가 순유출하고, 도(道) 지역에서는 순유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주택난을 겪는 청년층이 대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근교로 이사하고, 고령화로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이사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047년까지 서울을 비롯해 광역시 6곳과 특별자치시 1곳의 순유출 규모는 총 139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새 주택값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지금도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들썩이는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다.
서울 인구는 올해 6만6000명이 경기도 등으로 빠져나가는 데 이어 매년 수만 명씩 순유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047년까지 서울 전출자 수는 전입자보다 106만3000명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 순유출 추계치는 21만3000명, 대구는 18만3000명, 광주 13만3000명, 대전 12만8000명, 울산 12만1000명이다.
이 기간 특별시 또는 광역시 가운데 인구 순유출이 예상되지 않는 곳은 세종과 인천뿐이다.
세종시는 특별자치시이지만 인구 33만명의 비교적 작은 도시여서 여타 특별·광역시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도시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순유입 인구가 23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은 이 기간 21만7000명이 유입하겠지만, 광역시 특성보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는 수도권 특성이 더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는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일자리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2047년까지 꾸준히 113만9000명이 순유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6월 기준 8억3754만원으로, 경기(3억4362만원) 지역의 배 이상 수준이다.
다른 모든 도 지역에서도 2047년까지 인구가 순 유입할 전망이다.
충남 인구 순유입 수는 36만6000명이고, 강원(23만6000명), 경북(20만6000명), 전남(20만3000명), 충북(20만2000명), 제주(15만7000명), 경남(10만9000명), 전북(8만2000명)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