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 고성능차 i30N TCR(투어링카 레이스)이 독일을 시작으로 중국과 포르투갈에서 열린 투어링카 경주대회를 싹쓸이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2년 WRC(월드랠리챔피언십) 복귀 선언 이후 인재 영입과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담금질하며 절치부심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5~7일 중국과 포르투갈에서 각각 열린 TCR 아시아 시리즈 네 번째 대회와 2019 WTCR(월드투어링카컵) 포르투갈 첫 경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고 8일 밝혔다.
TCR과 WTCR 경기 모두 자동차 제조사의 직접 출전은 금지된다. 제조사의 경주차를 구매한 레이싱팀이 출전하는 '커스터머 레이싱' 대회다.
현대차 i30N TCR은 두 대회에 참가한 폭스바겐, 아우디, 혼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개막전부터 5월, 6월, 7월까지 이어진 3개 대회에서 모두 선두 자리를 지키게 됐다. 중국 현지언론 펑황왕은 지난 6월 상하이 경기에 대해 "현대차 N 브랜드의 고성능 경주차 i30N TCR은 독창적인 엔진과 다이내믹한 기술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력을 갖추고 고성능차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켰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2019 WTCR 첫 경기에서는 i30N TCR이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3위 내 두 명이 포함되는 더블 포디움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경주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230㎞, 평균속도 145㎞에 이를 만큼 빠른 코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i30N TCR은 이번 경기 우승으로 앞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개최된 5차전 첫 경기 우승에 이어 고성능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에 다시 발을 들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2000년대 초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었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3년 만에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2012년 현대차는 WRC 복귀를 선언하며 인재 영입,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터스포츠로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대외적으로도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하겠다는 계산기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독일 폭스바겐, 미국 포드 등 대중차 브랜드는 WRC를 통해 성장해왔다.
정 수석부회장의 담금질은 최근 들어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차 모터스포츠는 작년 '2018 WTCR(월드투어링카컵)'과 '2018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각각 종합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시범 출전을 거쳐 작년 정식 출전 첫해 만에 'i30N TCR'로 얻은 성과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i30N TCR은 작년 세계 최정상급 투어링카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연이은 우승으로 세계 고객에게 현대차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며 "혹독한 주행환경에서 얻은 기술력을 양산차 개발에 적극 활용해 고객들이 현대차의 기술력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자동차 'i30N TCR' 경주차가 '2019 WTCR(월드투어링카컵)' 첫 번째 레이스 경기장에 정렬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