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역대급' 공급부족 예고…분양가 놓고 줄다리기 지속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약 8개월 여 만에 동반 상승하기 시작한 가운데, 새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계획보다 줄어들면서 하반기에는 고질적인 '공급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많은 서울은 최근 분양가 규제를 놓고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분양 사업을 연기를 하거나 후분양을 검토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약 8개월 정도인 34주 만에 올랐으며 전세가격 역시 34주 만에 상승했다. 이달 1일 기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변동률은 각각 0.02%, 0.01%다.
반면 올해 서울 아파트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은 -1.65%로 지난해 상승분(3.77%)의 절반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새 아파트 공급마저 차질을 빚고 있는 추세여서 하반기에는 당초 예정보다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예정물량은 3만363가구다. 이는 상반기 분양물량(1만1020가구)의 약 3배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 분양예정물량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은 약 4만1000여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부동산114 조사에서 서울 분양예정물량은 7만2873가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조금 넘는 수준만 공급되는 셈이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지만 하반기 분양물량마저도 예정대로 공급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실제 얼마나 공급될지는 미지수"라며 "이미 상반기 분양 예정 물량의 일부가 하반기로 연기된 상황에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변경과 10월 예정된 청약업무 이관 영향으로 분양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꾸준히 분양이 미뤄졌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상반기 분양을 하지 못한 채 하반기 분양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추가 보상을 놓고 기존 세입자들과 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분양승인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 통제를 더욱 엄격히 하기로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업이 지연된 곳도 있다.
당초 지난달 분양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세운은 분양 연기를 결정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보증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조합이 요구하는 분양가와 공사의 분양가 사이에 격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서울 내 최대 물량을 쏟아내는 둔촌주공아파트 역시 분양시기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현재 9억원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후분양방식도 검토중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는 역대급 '공급부족'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4만3702가구지만, 정비사업으로 인한 아파트 감소분 6만4115가구를 빼면 실제 입주물량이 -2만413가구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단일 연도 최대 규모의 공급부족이다.
한 건설사 분양소장은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이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금액으로 분양가를 승인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자칫하면 미분양도 날 수 있어 중간에서 조율하는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약 8개월 여 만에 반등하면서 동반상승하기 시작한 가운데, 새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계획보다 줄어들면서 하반기에는 고질적인 '공급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