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법을 놓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일본의 지배를 받은 나라와 공조해 범국가 차원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고 반도체 수출 규제로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중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가 하면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철저한 국익 관점에서 대응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대원칙 아래 적시에, 적절한 수위로 맞대응할 카드를 마련해두고자 물밑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산업구조 변화를 위한 핵심 소재 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집중 지원키로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등 핵심 소재 부품 국산화는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이다. 단기적으로는 해법이 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은 외교적 해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를 위탁 생산하거나 완제품을 만드는 미국과 중국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공급사슬책에 있는 여러 국가와 공급체제를 구축해 단기적 공급압력을 막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범국가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시작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확산되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만으로는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범국가적인 불매운동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일본에선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일본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선 결국 외교적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무역질서는 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반도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도 연관돼 있다"며 "쉽게 풀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결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일본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법적 해법을 모색 중인데 이는 이길 가능성도 희박하고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라며 "현명한 대응전략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서로 상충하기보단 관계회복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이번 일을 자존심 문제로 가져가선 곤란하다"면서 "제품 불매운동 등은 지양하고 정치적 이슈와 경제적 이슈를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끊어진 한일간 소통채널을 연결해 서로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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