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한반도 진출 한창인데 현대車 미중 무역분쟁에 고전 완성차·협력사 산업생태계 흔들 계열사 '脫현대차' 생존경영 돌입
中ㆍ日에 시달리는 韓기업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2016년 중국의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 본격화에도 개의치 않았다. 이에 현대차는 목표로 삼은 1000만대 고지 달성을 위해 예정했던 공장을 준공하며 5개 공장, 연간 165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덩치를 키워왔던 현대차는 기대와 달리 급변하기 시작한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중국 시장 판매 부진 여파는 현대차와 함께 대륙 공략의 꿈을 갖고 상륙했던 협력사들로까지 번지며 국산차 생태계가 흔들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한반도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000만대 고지' 달성 풀 액셀…맷집 아닌 덩치만 키웠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18일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누적 판매 1000만대 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당시 '한한령'이 본격화하며 현대차는 그해 10월 판매량이 작년 같은 달보다 10.1% 감소했지만, 다음 달인 11월 곧바로 15.4% 증가세를 기록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듯했다. 이후 현대차는 2018년 상반기까지 1000만대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에 고삐를 쥐었다. 2017년에는 연간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충칭공장까지 더하며 중국에서 5개 공장, 연간 생산 165만대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2017년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2016년까지 4년 연속으로 연간 100만대를 기록했던 중국 시장은 2017년 전년보다 31.3% 급감했다. 이어 작년 0.6% 증가한 79만177대를 기록하며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그해 연말인 12월 8만7821대를 팔며 1004만6535대로 겨우 턱걸이했다. 애초 상반기 달성을 목표로 했던 만큼 계획보다 늦어진 '반쪽짜리' 기록이었다.
올해 역시 악화일로다.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사상 첫 자동차 시장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도 0%대 성장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미·중 무역 분쟁 심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완성차-협력사 생태계 '흔들'…돌파구는 '탈(脫) 현대차' = 세계 5위 완성차 생산 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차체를 구성하는 제철부터, 주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 부문을 수직 계열화해 그룹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성장 정체에 직면하며 과도한 의존도를 기록하는 업체들까지 함께 성장이 멈춰버리는 악순환을 지속하는 중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계열사들의 현대차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납품 계약 규모를 지난 2015년 5억 달러(약 5900억원)에서 작년 17억 달러(약 2조원)까지 늘렸다. 올해는 21억 달러(약 2조49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엔진을 만들어온 현대위아 역시 지난 2월 해외 완성차 업체와 1조원대 엔진 납품 계약을 맺었다. 현대·기아차의 육상·해상 운송을 책임지는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1분기 자동차 해상 운송 부문 매출에서 차지하는 세계 완성차 운송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비단 현대차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타이어, 부품 등의 협력사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계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매출 절반 이상을 벌어들여 왔던 만도는 최근 임원 20% 감축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현대차 중국 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0% 정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올해 역성장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