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나 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애플코리아(이하 애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법 위반행위를 자진해서 시정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앞서 세 차례의 전원회의 심의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인 애플이 과징금 등 제재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가 애플의 자체 시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관건이다.
공정위는 4일 애플이 거래상지위남용 사건과 관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의 심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에 자진시정 대가로 심의 종결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심의 결과 위법성이 인정돼 과징금 부과 및 형사 고발 등 처벌을 받는 위험을 피해 위법 혐의를 받고 있는 행위를 스스로 고치겠다는 제안하는 행위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6월 애플의 통신사에 대한 법 위반행위의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2018년 4월 법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애플에 발송했고,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3월 등 3차례에 걸쳐 전원회의 심의를 열어, 곧 제재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동의의결이 신청되면 공정위는 사건 심의를 중단하고 동의의결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열게 된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심사보고서를 써서 전원회의에 상정이 되면 14일 내에 전원회의가 열리는데, 현재는 애플이 제시한 자진 시정방안을 검토한 뒤 심사보고서를 쓰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송 국장은 "애플이 제시한 자진 시정방안은 원칙상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애플을 비롯한 기업들이 동의의결을 활용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르면 애플의 통신사 갑질 혐의가 인정되면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내야한다. 유한회사인 애플코리아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수 조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애플과 동일한 혐의인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2014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SAP코리아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AP코리아가 동의의결서 확정 후 6개월 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150억원 상당의 현물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면제받았지만, 이미 설립이 된 공익법인을 활용하는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자진시정 과정에서 통신사와 제조사, 유통현장, 소비자단체까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애플의 개선안이 일방적인 개선인지 한국의 특수한 시장에 맞춰 내놓은 개선안인지 등의 논의가 필요한데 없어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대기업 등이 동의의결 제도로 시정한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추후에 그런 일들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활성화 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애플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안에 관해 취한 접근방식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떠한 법률위반도 하지 않은 애플은 이에 대한 강한 반대의 의사를 밝힌다"고 전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