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완전한 동결' 입구로
관계 개선·지원 등 제시할듯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중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북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 협상팀의 '새 협상안'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전해진 바에 따르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입구'로 하는 한편 제재는 일단 유지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 등 외교관계 개선과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유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양국 정상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항목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위한 포괄적 협상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는 '일부 타협'(give and take)을 할 여지를 여러 차례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언급한 '유연한 접근'과 맞물려 미국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한 로드맵을 내놓을지, 일괄타결식 빅딜론을 고수할지 등이 관심사다.그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앞서 보도한 '핵 동결론'과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후퇴, 하향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미 조야에서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계론도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NYT가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 관리들이 미북 협상의 새로운 라운드의 기반이 되길 기대하는 '진짜 아이디어', 즉 핵 동결에 초점을 둔 내용이 구체화돼 왔다고 보도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또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외교 치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궤도를 수정, '핵 동결'로 현상을 유지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등을 통해 미국 본토 위협을 없애는 쪽으로 '골대'를 옮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 비춰보면 핵 동결을 목표로 조정했다기보다는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입구로 하면서 WMD의 완전한 폐기를 최종 종착점으로 하는 로드맵을 염두에 두고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완화 등 상응 조치의 조합에 대해 가다듬기를 진행 중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 대화 확대 △서로의 수도에 주재하기 등은 미국이 초기 상응 조치로 내놓을 카드들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일단 "개략적으로 우리는 비핵화 전에는 제재완화에 관심이 없다"며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제재완화의 시점을 놓고 미국이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열어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로드맵 전체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통한 '일괄합의'를 주장해온 미국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들어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주장해온 북한 간에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느냐도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래 '빅딜론'을 고수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영변+α'와 일부 제재완화 등을 바꾸는 '스몰 딜'부터 합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연락사무소 설치나 인도적 지원은 새로운 카드가 아닌 데다가 북측 입장에서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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