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의미없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2010년 이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2400억 달러(약 280조원)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강제징용·위안부 보상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확전되는 와중에,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차곡차곡 돈을 벌어왔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품목으로는 반도체·장비와 철강·플라스틱·화학원료 등 주로 중간재와 소재가 차지했다. 이는 일본의 부품·소재 경쟁력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4일 한국무역협회의 대 일본 수출입동향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15억1613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은 2927억84152만 달러였고, 수입은 5343억65만 달러로 거의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2010년과 비교해 대일 무역적자 폭은 다소나마 줄었지만, 여전히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0년 361억1984만 달러에 이르렀던 대미 무역적자는 2018년 240억7517억원으로 120억 달러 가량 줄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월등히 많은 상황은 이어졌다. 올해의 경우 5월 말까지 누적 적자는 84억6458만 달러다.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입 상위 10개 품목을 보면, 자동차를 뺀 나머지는 모두 부품·소재·장비 등 중간재였다. 반도체(웨이퍼 등 소재 포함)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 철강판, 플라스틱, 기초유분, 합금철 등, 정밀화학원료 등 주로 B2B용 품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위 10개 가운데 유일한 소비자용인 자동차는 8위였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수출은 970만 달러에 그쳤고, 수입은 5억5815만 달러로, 5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지만, 부품·소재로 워낙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본 제품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 중국 최대 수출품목이 중간재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 독일 등과 마찬가지로 부품·소재 등 뿌리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기간에 이를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허 등 지식재산(IP)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피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2월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을 오는 2022년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 시점에서 별다른 진척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추정한 2017년 기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3%인데, 올해도 그 수준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이번에 수출 규제를 시작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 등의 일본 수입 비율 역시 각각 94%, 91%, 44%로 높다.
업계 관계자는 "뿌리 산업은 오랜 기술개발과 투자, 공정 노하우가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1~2년 단위의 땜질식 처방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육성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100년 먹거리가 될 만큼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관광 보이콧 등의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