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안정상황에 신경 쓰면서 최근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통화 정책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오는 18일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안정과 함께 최근 실물경제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통화정책기조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금융안정을 강조하며 금리인상에 표를 던졌던 고 위원이 중도적인 발언을 해 주목된다.
3일 고 위원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금융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현재 실물경제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고 위원은 "한국은행의 지금까지 전망에는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수출·설비투자·소비 등 여건이 좋지 않다. 중국 수출과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고 언제 회복될 것인지 우려가 있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중도 매파(통화긴축선호)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017년 11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금리인상 다수 의견에 동참하기도 했다. 1년 전 기자 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 수립시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좀 더 넓은 차원에서 경제성장과 금융발전의 시각에서 볼 때도 금융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고 위원은 다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금융안정이 바탕이 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모두발언을 하면서도 질의응답에는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고 위원은 "2000년대 초 미국 닷컴버블 붕괴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며 "저금리 정책은 신용팽창으로 이어졌고 결국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붐이 조성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발전으로 여겨졌던 과도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일 수 있고 금융안정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고 위원은 "가계부채 포함해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말했는데, 이 이슈는 통화정책을 정하면서 계속 신경써야 하는 이슈이고 최근 물가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 신경을 어느정도 써야 하는지가 고민"이라며 "경기 물가상황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지금 수출 등 실물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회복이 느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고 위원의 발언을 아주 보수적으로 본다면 오는 25일 한은이 발표하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예단을 하면 (기준금리)인하 쪽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3일 고승범 금통위원이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