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대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파장이 세계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들은 관련 소재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하면서, 동시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지를 묻는 세트 업체들의 문의에도 응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구매 담당자들을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대만, 독일 등 반도체 공장이 있는 국가에 급파해 관련 소재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품목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소재는 에칭(식각)과 세정 공정 등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제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반도체 품질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본 업체만큼 순도 높은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일본의 스텔라와 모리타 등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
세트 업체들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패널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세트 생산업체들은 비공식적으로 국내 업체에 "실제로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문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인 D램은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70%에 이르고, 스마트폰과 TV용 OLED 패널은 국내 업체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해당 업체들은 일본이 소재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게 아니라 절차를 강화한 것이고, 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의 재고도 수개월 분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내에서도 극우보수 진영을 제외하고는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고, 해당 소재 생산업체들의 글로벌 신뢰도도 손상을 입은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