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뭉쳤던 여야 4당의 공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연장하는 대신 위원장을 각각 1석씩 나눠 갖기로 한 탓에 야 3당의 불만이 커졌다. 민주당이 정개특위가 아닌 사개특위를 선택할 경우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여야 4당의 공조가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 3당 대표단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정개특위원장을 사수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민주당은 그동안 함께 선거제도 개혁에 공조해온 야 3당과 어떠한 협의나 설명도 없이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을 교체하라는 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에 굴복하고 말았다"면서 "이번 합의로 정치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개혁 세력인 한국당에 넘어간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여야 4당의 개혁 공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 3당 대표단은 민주당에 정개특위원장을 맡아 정개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또 8월 말까지 연장된 정개특위 활동기간이 끝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겨준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야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혁 포기를 넘어서 개혁 파탄정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기자회견 이후 논평을 내고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 열차에 태운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좌초할까 우려가 크다"면서 "열차의 운전대를 한국당에 맡겨서도 안 되지만, 8월까지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패스트트랙 열차의 탈선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야 3당이 정개특위 사수에 나선 것은 한국당이 정개특위원장을 맡을 경우 주어진 시간 안에 선거제도 개혁안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야 4당이 지난 4월30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긴 했으나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까지 일정이 빠듯하다. 야 3당은 한국당이 정개특위원장을 맡으면 선거제도 개혁안을 특위에 묶어두고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불안해하고 있다.

야 3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압박을 가했지만 먼저 반응한 것은 한국당이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신들 의석 수 몇 자리 늘려보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야 3당의 얄팍한 밥그릇 욕심 때문에 파행됐던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야 3당은 자신들의 밥그릇만 보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장고에 들어갔다. 민주당으로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야 3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개특위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등 사법개혁안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사법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만약 야 3당의 요구를 들어 정개특위를 선택할 경우 사개특위원장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니 사법개혁안이 위태롭고, 사개특위를 선택하면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등을 거쳐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민주당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며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니 한국당이 같이 논의하는 게 맞는다. 최대한 합의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오른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평화당 대표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완수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른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평화당 대표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완수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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