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토론 등 소탈한 소통 행보 M&A도 신성장사업 중심 추진 회장실 입성 … 새 경영철학 주목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LG그룹 회장 취임 1년 평가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혁신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회사로 만들자." 공식 석상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LG어워드'에서는 이 같이 힘 주어 강조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혁신'에 있음을 잘 보여주는 발언으로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이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1년을 맞는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에서 가장 젊은 총수 답게 '실용'을 앞세운 '혁신'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식도 별도로 하지 않았고,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출근 복장을 자율화 해 회장 본인이 먼저 실천했고, 임원 세미나는 100명 미만의 임원들이 매달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LG포럼'으로 바꿔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시했다.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마곡 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연구원과 직접 대화하는 등 소탈한 모습도 선보였다. LG그룹 내부의 이런 변화는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실용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내부 소통을 강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다락'과 서초 R&D캠퍼스의 '살롱 드 서초'를 잇따라 만든 것도 이런 취지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과 비주력 계열사 정리 등으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열린 혁신'에 속도를 냈다. 구 회장은 작년 첫 연말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화학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LG화학 창립 이래 71년 만에 첫 외부 영입 CEO(최고경영자)였다.
또 지주회사인 ㈜LG에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컴퍼니의 홍범식 대표를 영입했고, 그룹 인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총수의 강력한 인사권을 각인시켰다.
비핵심 사업으로 구분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편 작업을 했다. LG전자의 경우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성장동력 집중 육성을 위해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자동차용 조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용 조명 사업에서 철수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소극적이었던 M&A(인수·합병)도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더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LG와 함께 1조444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했다. 이와 별도로 LG 계열사들은 최근 1년간 10여 건의 활발한 중대형 M&A를 진행했는데, 총 인수금액만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고객'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무려 30차례나 언급했고, 사업보고회 등에서도 '고객 감동'을 위한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른바 LG의 '고객 DNA'를 한층 발전시켰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취임 2년 차를 맡는 구 회장이 올 하반기 이후에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좀 더 확실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선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1주기에 즈음한 지난달에서야 회장 집무실로 자신의 짐을 옮겼다.
이는 그룹 총수로서 자신의 색깔을 더 확실히 내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재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 연말 정기 인사에서 조직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 한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