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이어 낸드 성장 무궁무진
도시바·웨스턴디지털과 각축전
생산성 40%·투자비 60% 절감
마이크론 감산…치킨게임 낮아



SK하이닉스 128단 4D낸드 양산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하이닉스가 128단 4D 낸드플래시로 또 한번 세계 최초의 역사를 쓰면서 메모리반도체 '다운턴' 속 생존법을 제시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성능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미 '빅3' 체제로 굳어진 D램에 비해 낸드는 아직 여러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양산으로 또 다른 '빅3' 체제 구축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모리 '보릿고개' 속 낸드는 성장…난전 속 '기회의 땅'= 낸드 시장의 전망은 D램보다 긍정적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D램 시장은 2018년 989억3900만 달러에서 2023년 856억500만 달러로 연 평균 -2.9%의 역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낸드 시장은 같은 기간 601억8900만 달러에서 605억5900만 달러로 연 평균 0.1%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릿고개'를 넘긴 메모리 시장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다시 고공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1985년과 2001년, 2008년 공급과잉과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 등의 위기를 겪은 뒤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로 굳어졌고, 이들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50%가 넘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낸드 시장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딱히 우위를 점한 업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에서도 D램과 같은 3강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가 38.5%로 1위고, 도시바(17.6%)와 웨스턴디지털(14.0%), SK하이닉스(11.0%)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은 D램이 81%, 낸드가 17%로 아직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는 역으로 SK하이닉스가 낸드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 128단 낸드 양산…생산성 40%, 투자효율 60% 강화=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8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플래시를 출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업계 최고 적층으로, 한 개의 칩에 3bit(비트)를 저장하는 낸드 셀 3600억개 이상을 집적한 1Tb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4D 낸드 기술에 초균일 수직 식각 기술, 고신뢰성 다층 박막 셀 형성 기술, 초고속 저전력 회로 설계 등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 제품은 TLC 낸드로는 업계 최고 용량인 1Tb를 구현했다. 기존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다수 업체가 96단 등으로 QLC(쿼드러플레벨셀) 1Tb급 제품을 개발한 바 있으나, 이보다 성능과 신뢰성이 우수해 낸드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제품인 TLC로는 업계 최초로 SK하이닉스가 상용화했다.

4D 낸드는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TF(Charge Trap Flash)와 PUC(Peri Under Cell)를 결합한 제품이다. 기존 3D CTF 기술과 셀 밑에 주변부 회로를 적층한 PUC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쉽게 비유하면 아파트 옥외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 공간효율을 극대화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128단 1Tb 4D 낸드는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을 기존 96단 4D 낸드보다 40% 향상했고, 작년 10월 개발한 CFT 플랫폼을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 한 결과 셀 32단을 추가하면서도 투자비용을 이전 세대에 비해 60% 절감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UFS 3.1 제품을 개발해 스마트폰 주요 고객의 5G 등 플래그십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소비전력을 20% 낮추고 동시에 패키지 두께도 1㎜로 낮아져 프리미엄급 모바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자체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소비자용 2TB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도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다.

◇'본원적 경쟁력' 약속 지킨 이석희…'치킨게임' 가능성 낮아= 업계에서는 올 초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언급한 '본원적 경쟁력'이 이번 신제품 양산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설이나 가격 경쟁 대신 기술력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현실로 한 것이다.

이 사장은 지난 4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메모리 수요 둔화 등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럴수록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마이크론이 최근 감산을 결정하면서 또 한번의 '치킨게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마이크론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올해 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생산량 감축(계획)을 분명히 했다"며 "D램과 낸드의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는 한편 2020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현저히' 감소시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의 메모리 '굴기'의 영향력도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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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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