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지난 주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하면서 그동안 정부 필요에 따라 요금체계가 오락가락한 데 대한 자성과 비판이 한전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의결 보류가 비록 사외이사들에 의해 주도되긴 했지만,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면 그대로 따르던 이전 한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전은 원가 공개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한전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있다는 하소연이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6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전체 영업적자가 2080억원이었는데, 한 분기만에 그 세 배가 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간 올 전체 영업적자가 2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석탄과 LNG 가격 급등으로 전력 구입비가 상승했고 지난 겨울 전력 매출이 급감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료비가 가장 저렴한 원전을 폐기하는데 따른 적자 예상이 가장 우려된다. 국내 유일 전력회사인 한전의 적자 누적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태롭게 한다. 전기료의 '연료비 연동제'를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 이해가 간다. 이사회가 '누진제를 개편하면 예상되는 적자 3000억원을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분명히 하지 않는 이상 의결 할 수 없다'며 버틴 것도 적자에 적자를 가중하게 되면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시적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은 현 누진제에서는 혹서기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미리 손을 쓰려는 정부의 계산에서 나왔다. 재작년 전기료 폭탄으로 곤혹을 치렀던 정부가 내놓은 꼼수인 셈이다. 한시적 누진제 개편은 전기 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에너지 수요를 장기적으로 줄인다는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과도 배치된다. 문제를 인기 영합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이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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