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5개사에 거래제한 둬
군사적 용도로 쓰일 우려에 조치

미·중 기술냉전이 통신장비에 이어 슈퍼컴퓨터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시험 가동 중인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KISTI 제공
미·중 기술냉전이 통신장비에 이어 슈퍼컴퓨터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시험 가동 중인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KISTI 제공

미·중 기술냉전이 통신장비에 이어 슈퍼컴퓨터 시장으로 번졌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이어 슈퍼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과 국영 연구소에 대해 무더기 거래제한 조치에 나선다.

미 상무부는 군사적 용도로 쓰일 우려가 있는 슈퍼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과 국영 연구소 총 5곳에 대해 24일(현지시간)부터 거래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중커수광(Sugon), 우시장난컴퓨터테크놀로지연구소(Wuxi Jiangnan Institute of Computing Technology), 하이곤(Higon), 청두하이광집적회로(Chengdu Haiguang Integrated Circuit), 청두하이광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Chengdu Haiguang Microelectronics Technology) 등 5곳이다. 이들 중국 기업및 기관이 미 기업들과 거래를 하려면 미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이들 기업은 미국의 국가안보나 외교적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명시했다.

중커수광은 중국 슈퍼컴퓨터 선두기업이면서 세계적인 컴퓨터 시스템 제조업체다. 최근 발표된 세계 500대 슈퍼컴 중 63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과 거래해 왔다. 특히 중커수광은 관계사를 통해 2016년 AMD와 합작사인 청두하이광집적회로와 청두하이광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번 조치로 이들 두 회사도 블랙리스트 대상에 올랐다. AMD는 제휴의 일환으로 이들 회사에 반도체 특허기술을 라이선싱해 왔다. 이를 통해 작년에만 86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번 거래제한 조치로 AMD도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시장난컴퓨터테크놀로지연구소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제56리서치연구소'가 소유하고 있고 중국군 현대화를 지원한다는 게 미 정부의 판단이다. 이미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국방기술대학도 이후 후난궈팡케이유니버시티(Hunan Guofang Kei University)라는 이름으로 거래를 계속해 오다 또 한번 블랙리스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과 중국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5G 못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를 보유하는 것이 군사·산업·과학기술 전 영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은 미 에너지부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보유한 '서미트'지만, 세계 500위권 슈퍼컴에 서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수년간 슈퍼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슈퍼컴 톱500 발표에 따르면 중국이 500개 중 219개, 미국이 116개를 보유했다. 성능 기준으로는 미국이 세계 전체 슈퍼컴 성능의 38.4%, 중국이 30%를 차지해 미국이 앞서 있다. 중국은 미국이 서미트를 내놓기 전 지난 2013년 11월부터 작년 6월까지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 자리를 지켰다.

서미트는 초당 148경(쿼드릴리언·1000조) 번의 연산을 수행, 아이폰 Xs의 3만배에 달하는 성능을 보유했다. 서미트에 이은 2위는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의 '시에라'가 차지했다. 3, 4위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와 '텐허2', 5위는 미국 텍사스고등컴퓨팅센터의 '프론테라'로, 양국이 슈퍼컴 톱5를 양분하고 있다.

양국은 지금보다 1000배 빠른 엑사플롭스(EF)급 슈퍼컴퓨터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 아르곤국립연구소는 인텔, 미 에너지부와 손잡고 EF급 슈퍼컴퓨터 '오로라'를 2021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역시 서미트에 뺏긴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2020년부터 칭다오, 톈진, 선전 세 곳에 EF급 슈퍼컴퓨터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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