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친서외교'가 재개되면서 정상 간 톱다운 방식 소통이 미북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 측은 일단 친서 전달에 관해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것에 대해 백악관은 확인을 거절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어제 아름답고 매우 따뜻하며 매우 멋진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그에 대한 '답신'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지난 17일 인터뷰를 하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생일축하 편지"라며 "어제 전달받았다"고 소개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를 헷갈린 것인지 아니면 며칠 사이 추가로 또 받은 것인지에 대해선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된 시점이 시 주석의 방북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북 정상 간 서신 교환이 "중국의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전 세계가 미국과의 핵협상에 있어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북 정상 간 '직·간접적 대화'가 분주하게 오가면서 6월이 북핵 협상 재개의 전기를 마련할 중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담았을 내용으로 모아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했고, 북측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보낸 '흥미로운 대목'에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로운 내용'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그 내용을 "심중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한 만큼, 북한 입장에서 검토해볼 만한 모종의 '새로운 제안'이 담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입장 변경 가능성은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감지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미북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며 대화 재개에 대한 희망을 표명했다.
지난 2월말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북한은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으로 응수하며 '빅딜론'을 견지,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빅딜론에서 한발 물러선 구체적인 '새 제안'을 했다면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친서라는 의사소통의 형식이나 그동안의 전철에 비춰볼 때 세부적 내용이 담겨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미국 측은 '비핵화 조치 없인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19일에도 러시아 회사에 대한 대북제재 단행, 대북제재에 대한 행정명령 연장, 북한에 대한 인신매매 최하위등급 국가 유지 및 종교의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명시된 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강온 병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을 수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이번주 비건 대표가 방한하며 판문점 등지에서 미북 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하노이 회담 후 약 4개월 만의 본격적인 미북 실무접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