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갈 길 먼 국내 자동차 업계에 올해도 어김없이 '하투(夏鬪)'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노사 견해차를 좁히기 힘든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자칫 임단협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동조합 최대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내걸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지엠(GM) 노조는 임단협 시작도 전에 파업권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한 르노삼성 노사는 숨 고를 틈도 없이 다시 임단협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추석 전 타결' 내건 현대·기아차 노조…"정부 상대 투쟁" = 23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에 따르면 양측은 각각 여름휴가 전과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은 물론, 각각 성과급 순이익 30%(우리사주 포함) 지급, 성과급 영업이익 3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양측 노조 모두 '정년 연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으로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 등 미래차가 대체하면 기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기존 정년 60세를 65세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사측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4년째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올해 역시 녹록지 않다. 올해 5월까지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174만7845대를, 기아차는 1.6% 줄어든 111만6898대를 팔았다. 이는 올해 제시한 판매 목표 대수에서 각각 37.35%, 38.25%에 그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 달리 올해는 회사 경영상황이 좋아졌다"는 입장이다.
산적한 현안을 들여다보기 바쁜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를 상대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구속영장 집행으로 불미스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민주노총 100만 노동자들과 연대해 현 정부를 상대로 강고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작도 안 했는데…한국GM 노조, 파업권 확보에 '총력전' = 한국GM 노조는 올 들어 벌써 두 차례나 파업권 확보에 돌입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 장소를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자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고, 이를 가결했다. 앞으로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노위 결정은 이르면 24일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GM 노조는 앞서 지난 4월에도 파업 절차를 밟은 바 있다. 당시는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단체협약 승계로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공식 노조가 없는 신설법인의 경우 기존 생산직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벌였는데, 단협 가이드라인을 만들던 중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기존 단협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조와 달리 사측은 새로운 법인이기 때문에 기존 단협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파업권 확보와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역시 중노위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했다.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년 만에 끝냈더니' 르노삼성, 한 달 만에 다시 마주한 노사 = 르노삼성 노조는 이르면 7월 중 사측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국산차 업체 중 가장 더딘 속도로, 작년 임단협에 따른 '후유증'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6월 상견례로 시작한 작년 임단협을 올해 6월에서야 매듭지었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온 탓에 자연스레 올해 임단협도 늦어지게 된 것이다.
장시간 이어진 르노삼성 노사 대립은 양측에 상처만을 남겼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직원들의 급여는 줄어들었고, 사측은 생산 차질을 빚었다. 악화한 여론에 올 들어 5월까지 내수 판매는 14.4%나 쪼그라들었다.
새로 출시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더 뉴 QM6가 '돌풍'을 일으키며 노사분규 마무리 이후 첫 잔업도 시작했지만, 자칫 올해 임단협 진행 상황에 따라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르노삼성은 임단협과 별개로 신차 'XM3'의 유럽 수출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오는 9월이면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르노삼성이 수출한 전체 차량(13만7193대)에서 로그가 차지하는 비율은 78.17%(10만7245대)에 이른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대체 차종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공장의 생산량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