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SUV의 기준이 되다...물음표를 느낌표로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SUV(스포츠유틸리티차)와 LPG(액화석유가스)엔진의 만남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무거운 덩치의 SUV를 LPG엔진이 이끌 수 있을까',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문제가 없을까', '장시간 고속주행에도 무리가 없을까'. 전반적으로 LPG엔진이 힘에 부칠 것이라는 우려부터 생각한다. 르노삼성자동차 QM6 LPe를 주행하자 머릿속에 들어있던 물음표는 점차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르노삼성이 개최한 더 뉴 QM6 LPe 시승행사에서 차량을 처음 마주했다. 2016년 출시 이후 국내 중형 휘발유 SUV 시장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3년 만에 선보이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이지만, 디자인에서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제 작년 신차 소비자 조사 결과, 차량 구매자들이 QM6를 선택한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외관스타일링'이었다. 일부 브랜드는 판매 부진에 빠진 차량의 부분변경모델 출시에 맞춰 '신차급 변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아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칫 차량 '정체성'이 흔들리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차량 시승구간은 서울 반포 더 리버에서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왕복하는 약 140㎞로 구성했다. 출발은 사당역을 거친 혼잡한 도심 구간을 지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올라 경인고속도로, 인천대교 등을 거쳤다. 르노삼성이 국내서 시판하는 유일한 LPG SUV를 내놓으며 강조한 점은 휘발유차 못지않은 '성능'과 '친환경성'이다.
실제 숫자를 놓고 따져보면 LPG차와 휘발유차 간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 QM6 LPe의 CO2 배출량은 타이어 크기에 따라 1㎞당 147~153g이다. GDe 모델은 타이어 크기에 따라 1㎞당 140~146g을 배출한다. LPG차는 기존 SUV차 엔진으로 주로 활용하던 경유엔진과 비교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를 보면 LPG차는 1㎞당 NOx 0.14g을 내뿜는 데 반해 경유차는 1.055g을 내뿜는다. LPG차 배출량은 경유차 9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LPG차가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실제 제원 상 휘발유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LPG차의 '약점'은 성능이었다. 르노삼성은 LPG차가 냉대 받던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휘발유차와 맞먹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QM6 LPe는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QM6 GDe는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m의 힘을 낸다.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
실제 주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주행에서는 휘발유차처럼 QM6 LPe는 정숙함을 뽐냈다. 고속도로에 올라 계기판 숫자를 100까지 몰아붙이는 동안에도 차량은 힘겨운 내색을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갑작스레 굵은 빗방울이 흩날렸다. 전방 시야 확보에 애를 먹을 정도였다. 미끄러울 법도 한 도로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질주했다.
기존 LPG차 강점인 '효율'을 더욱 향상했다. QM6 GDe의 공인연비는 ℓ당 8.6~8.9㎞다. 휘발유차 11.6~12㎞보다 약 3㎞ 떨어진다. 단순 수치 면에서는 LPG엔진이 밀리지만, 국내 유류세를 고려하면 LPG차의 '압승'이다. 6월 두 번째주 기준 휘발유는 ℓ당 1527.66원으로, LPG가격(ℓ당 851.75원)의 배 수준이다.
30ℓ씩 연료를 채웠다고 가정할 때 LPG차가 최대 267㎞를 주행할 수 있는 반면, 휘발유차는 360㎞로 약 100㎞ 더 달릴 수 있다. 다만 연료비는 휘발유차가 4만5830원으로, LPG차(2만5553원)보다 약 2만원이 더 든다. 이 금액으로 LPG차에 연료를 채울 경우 20ℓ가량을 더 채울 수 있다. 결국 같은 금액으로 연료를 보충했다고 한다면 LPG차는 50ℓ를 채워 최대 445㎞까지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2376만원부터 시작하는 차량 가격 역시 강점이다. 장애인과 렌터카 판매용 면세가격은 2273만원부터다. 제작 원가가 휘발유차보다 높지만 가격을 70만원 낮췄다는 게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소형이나 준중형 SUV를 고려하고 있다면 한체급이나 두체급 위인 중형 SUV QM6 LPe를 선택지에 넣어볼만하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