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한국 스타트업들이 현지 진출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재난, 환경오염, 교육 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제품개발에 매진해 온 국내 스타트업들이 북유럽 현지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았다.
20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북유럽 순방 성과 대국민 공유회'에서는 서틴스플로어, 스페클립스, 엔젤스윙, 모어댄, 올리브유니온 등 국내 주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번 순방 이후 이어지고 있는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 논의 소식을 생생히 전했다.
이번 순방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구성된 첫 번째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순방이었으며, 민간경제사절단은 코리아스타트업 포럼과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모집한 스타트업 53개사, VC·엑셀러레이터 25개사 등 총 118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투자 IR, 상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오늘 이 자리는 순방 당시 함께했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젊은 기업인들끼리의 네트워킹을 좀 더 강화하면서 정책적으로 좀 더 반영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며 "스타트업 기업인 여러분들이 연계해 서로 돕고 단단하게 뭉쳐서 그 힘으로 세계 시장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드론과 항공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밀지도 플랫폼을 개발하는 엔젤스윙의 박원녕 대표는 스웨덴·핀란드 시장 진출 타진 소식을 전했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와 동일 사업모델인 드론 맵핑으로 재난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웨덴 스타트업 글로비와 미팅을 통해 국가별 맵 데이터 수집과, 이를 통한 자연재해 예방 등 파트너십 창출 방안을 논의했고 현재 협력 방법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우리가 보유하지 않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방문해 기술 교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네팔의 대지진 당시 취약계층의 안전과 재난 복구를 위해 드론을 이용해 정밀한 3D지도를 제작해 피해현황 파악과 효율적 물자와 인력 배분에 도움을 준 바 있다.
폐자동차 시트 등 재활용 가죽을 활용한 친환경 의류, 가방 등을 제작하는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는 이번 경제사절단 참여로 재활용 제품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웨덴 현지 업사이클 백화점인 리메이크와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것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한 해동안 모어댄에서 재활용한 가죽의 양은 6만8818㎏에 달한다.
게임과 실사기반 영상을 융합한 VR콘텐츠를 제작하는 서틴스플로어의 박정우 대표는 자사 VR컨텐츠를 핀란드 1위 통신사인 엘리사의 5G 서비스에 접목하는 내용의 MOU·NDA 체결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매출, 성장에 대한 고민이 많은 4~5년차 스타트업들, 리스트 테이킹(위험 감수)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비어있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레이저 분광 기술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피부암 조기 진단 솔루션을 개발한 스페클립스의 변성현 대표는 피부 질병 관련 기술만 전문적으로 투자·인큐베이션·인수하는 레오이노베이션랩과 파트너십 구축 후 투자나 총판 등 세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스페클립스의 경우, 지난해 유럽 CE 의료기기 인증제출을 완료했으며 올해 하반기 북유럽에 거점을 두고 유럽에 진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변 대표는 "이번 순방 경제사절단 동행으로 글로벌 피부과 제약회사인 레오파마 산하 레오이노베이션랩이라는 VC와 연결이 됐다"며 "이는 올해 우리 회사가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해외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순방에서 중기부는 우리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 거점 마련을 위해 핀란드와 스웨덴에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MOU를 양국과 체결했다. 센터는 우리 스타트업이 현지 스타트업, VC, AC 등과 협력할 수 있는 공유형 오피스 공간으로, 오는 8월 미국 시애틀에 1호, 9월에 인도 구르가온에 2호가 설치될 예정이고 2020년에 핀란드와 스웨덴에 설치할 계획이다.
한-핀란드 공동 벤처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한국벤처투자, 핀란드산업투자청 간 협력 MOU를 바탕으로 공동 벤처투자펀드 결성규모·조성시기에 대한 협의를 오는 9월 진행할 예정이다. 민간 VC가 운용하는 공동 벤처펀드를 통해 북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벤처창업기업에 성장자금 투자·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한-스웨덴 간 소셜벤처·임팩트투자 교류도 추진한다. 기술보증기금, 비즈니스 스웨덴간 소셜벤처 협력 MOU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양국 소셜벤처 육성 경험과 정책을 공유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는 친환경 선박 등 국제인증 지원, 기술교류 상담회 등을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북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20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1층 코맥스홀에서 열린 '북유럽 순방 성과 대국민 공유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