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류 디자이너가 라벨 갈이(라벨 바꾸기)를 통해 백화점에서 옷을 고가로 판매하다 적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유명 의류 디자이너는 동대문에서 파는 1만 원짜리 중국산 티셔츠는 6만~7만 원에, 수입 가격 27만 원짜리 중국산 코트는 130만 원에 팔았다고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지난 19일 전했다.
이 유명 디자이너가 라벨 갈이를 할 때 든 돈은 얼마였을까?
한 동대문 도매상인은 이에 대해 "작업에 따라, 의류 단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제하면서 "한 벌당 보통 100~150원 든다"고 전했다.
의류 한 벌 당 100원만 들이면 1만 원짜리 티셔츠를 7만원에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유명 의류 디자이너는 본인 소유 봉제 공장으로 가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원가가 훨씬 덜 드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 유명 디자이너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대형 백화점 12곳에 직영 매장 또는 가판 매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산 의류를 직접 수입하거나 동대문시장에서 매입한 뒤 본인 소유 봉제 공장으로 가져가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를 제거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원산지를 바꿔 백화점에서 고가로 판매해왔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이 디자이너가 판매한 의류는 6946점, 시가 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동대문 도매상인은 "라벨 갈이는 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은 여기엔 없다"면서 "창신동 일대는 대량 생산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옷이 잘 팔리면 그런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옷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브랜드와 라벨이 된 세상에서 좀더 잘 살아가려면 디자인과 마감을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씁쓸하다는 게 세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