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박스다” 예보 뜨고 셀프설계 뜬다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하반기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증권사 일선 지점에선 거액자산가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고객이 직접 운용대상 상품을 지정하는 '특정금전신탁'이 다시 인기를 모으면서 최근에는 직접 찾아와 '상품 구조 재설계'를 요구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신탁시장 900조 전쟁…1년새 100조 늘어= 특정금전신탁의 인기는 최근 1년간 유입된 뭉칫돈 규모로 확인할 수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은행과 증권 등 전 업권별 신탁규모는 총 902조3931억원으로 작년 2월(806조9635억원)과 비교해 약 10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재테크 바구니'라고도 불리는 특정금전신탁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은행 전유물이라 여겨지며 2013년 110조원(계약건수 14만2561건)에 불과하던 증권사들의 수탁규모는 현재 189조원9642억원까지 확대됐다. 계약건수 역시 38만건에 육박한 상태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방법을 지정한 대로 신탁회사가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펀드와 달리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다 투자대상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요인이다.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해 자금을 운용할 경우 신탁보수와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순소득에만 소득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수익을 돌려받는 시점과 수익발생 3개월 이내의 빠른 시기에만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절세 수요가 있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다.

◇"금융을 통한 부동산 투자 경로…가장 넓은 범위 운용 가능"= 특정금전신탁은 한때 동양사태 주범으로 몰리며 증권사들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특정금전신탁이 '고객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상품'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시중금리에 알파(α)를 더한 수익은 덤이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상품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한 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경기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목표수익을 낮추더라도 만기를 줄이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투자시기를 짧게 두고 목표수익을 높이는 등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하반기 국내 증시의 급락 가능성은 적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자산가들의 상품조건 변경 요구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예금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선 신탁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투자대상과 운용방법에 있어 가장 넓은 범위의 투자가 가능하고 원금보장형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이 상품에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운용방식을 활용하는 자금이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봤다.

특정금전신탁이 최근 금융을 통한 부동산 투자 경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대형증권사 WM부문 담당자는 "특정금전신탁은 말 그대로 고객이 특정한 상품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최근 비상장주식이나 리츠와 같은 부동산 투자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마련된 터라 고객은 물론 기관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리츠투자가 가능해진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일반투자자의 리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금전신탁이나 펀드 등을 통해 리츠에 투자할 경우 공모·상장의무와 1인의 주식 한도 규제를 폐지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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