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금 대이동과 더불어 내수 부진으로 저물가 속 임대 상가 공실률도 올라가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D) 공포'가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전에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속속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일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적게는 0.01%포인트, 많게는 0.20%포인트 낮췄다. 올 초만 해도 2%대 금리의 정기예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에 유입되는 자금은 꾸준히 늘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13일 기준 629조32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의 605조5474억원과 비교하면 23조7788억원(3.9%)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저금리 시대에 자산 증식 수단으로 매력이 크게 떨어지나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자금이 계속 몰리는 것"으로 풀이했다.
갈 곳 없는 자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도 몰리면서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5만1370원으로 지난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거래소 측은 "특히 최근 3개월간 개인이 370kg의 금을 순매수하는 등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의 경제지표 신호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서울 주요 상권의 부동산 임대업 리스크 검토' 보고서에서 서울 이태원과 동대문이 공실 장기화에 따른 상권침체, 도산대로는 임대소득 감소로 사업자의 이자상환 능력이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의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1.3%로 전분기(10.8%)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올 들어 소비자 물가는 다섯 달 연속 0%대에 머물며 불황 속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5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 갈등과 정부의 반투자 정책 등으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통용되는 금과 달러에 몰리다보니 금값이 올라가는 상황"이라면서 "자본시장의 혼란은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지게 만들고 이는 원화가치의 하락 등으로 이어져 금융외환위기에 준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교수는 "공실률의 경우도 결국은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이유가 크다"면서 "결국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의 경제가 더욱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 확대를 금리 인하 없이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리 인하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을 만큼 경기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심화영·황병서·주현지기자 doroth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