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드시고 가실 건가요, 가지고 가시나요?" "금방 나갈 거니까 일회용 컵에 주세요" "매장 내에선 일회용 컵을 제공해 드릴 수 없는데, 일단 머그잔에 드렸다가 나가실 때 다시 일회용 컵에 드릴까요?" "그냥 일회용 컵 주세요"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원과 고객의 실랑이다. 이런 실랑이가 조용히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 '갑'인 고객의 뜻대로 일회용 컵을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는 음료를 갖고 나가겠다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후 매장에서 마시고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은 과태료 걱정에 고객을 말려 보지만 '강경한' 고객을 만나면 그 또한 쉽지 않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엔 시행 첫 해였던 데다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 음료 매출이 감소하는 가을·겨울로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컵 사용이 감소했지만 올 여름엔 다시 '일회용 컵' 이슈가 대두될 것이란 우려다.
특히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적발될 경우 매장이 과태료를 물게 돼 있어 일선 매장에서는 '과태료 폭탄' 사태가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주요 커피 전문점들에서는 자체적으로 할인을 해 주는 식으로 다회용 컵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며 일회용 컵을 줄여 나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다시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 시 다회용 컵 이용을 제안하고,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는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한 뒤 매장에서 마셔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아닌 매장에 부과되는 과태료다. 일회용 컵 사용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매장 규모와 위반 횟수에 따라 5만원에서 50만원으로, 3번 이상 적발되면 최대 20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대부분의 매장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월급보다 많은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손님의 요구로 일회용 컵을 제공했을 때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상이 매장이 아닌 소비자여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위반 행위의 주체와 처벌 대상이 엇갈렸다는 지적이다.
현행 규정으로는 소비자의 요구로 일회용 컵을 매장 내에서 이용할 경우에도 매장이 과태료를 내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해도 처벌이 없으니 불편함을 감수할 요인이 없다. 결국 커피 전문점들만 과태료와 소비자 불만 사이에서 고민만 커지는 셈이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다회용 컵을 이용할 것을 권해도 일회용 컵을 요구하면 다른 손님들을 생각해서라도 안 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선 아르바이트생들의 스트레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서울 중구 소공동 스타벅스 지점에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동참 캠페인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