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당정 협의안은 9월 정기국회에 제출돼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개편안은 당초 중소중견업계가 주장해온 세율 인하 등 근본책이 아니어서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독일(7년)과 일본(5년) 등과 비교해 사후관리기간을 3년 줄이고 업종 변경, 고용유지 완화 등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인 것 같다.

이번 개편안은 그동안 의견 청취과정에서 나타났던 업계의 주장에 비하면 시늉에 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인에 갖고 있는 반(反)기업 정서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세제 개편은 기대할 수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현행 상속세제로는 중소중견 기업인이 애써 일군 기업을 후계자에게 상속할 때 사실상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최고세율 50%에 지배주주에게는 15% 할증세율까지 적용해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기업인들을 세금이라는 방망이로 징벌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가정신을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상속세율을 적어도 OECD 평균(25.8%)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OECD 회원국 36개국 중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13개국이나 되는 마당에 한국의 최고 세율은 평균보다도 두 배가 넘는다. 이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 카니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상속세제를 개혁하면 중소중견기업 육성, 고용 증대, 투자 활성화 등 상속 세수에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국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경제대전환'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이라도 나서서 정부여당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현행 상속세제는 국민 모두를 루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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