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장기화에 하락세 지속
中 '반도체 굴기' 차질도 불가피
시장 반등 땐 삼성·SK 수혜 전망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올 4분기까지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두자릿수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보릿고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유지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D램 가격, 4분기까지 두 자릿수 하락…삼성전자 등 실적 '먹구름'=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장조사업체들과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이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 3분기부터 D램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 하락 폭이 10% 이내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하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일시적으로 스마트폰 수요와 D램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분기와 비교해 D램 가격이 3분기 19%, 4분기 11%의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차질과 서버용 수요 둔화로 3분기(-10~15%)와 4분기(-10%)에 두 자릿수의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은 3분기 -10%, 4분기 -2~5% 수준이었다. 이들은 "불확실성으로 데이터센터는 설비 투자를 줄이게 될 것이며, D램 공급 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과도한 재고를 철회해야 한다"며 "(일부는)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말 기준으로 PC용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말(7.5달러)과 비교해 정확하게 절반(3.7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최근 3년 가운데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슈퍼호황 직전인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낮은 6조원 안팎,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분기(7260억원) 이후 가장 작은 8000억원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거둘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2분기를 저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불황에 중국 반도체 '굴기' 차질…방파제 역할 기대=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중국의 '굴기'를 지연시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공개했지만, D램 양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연내 25나노급 D램을 생산하려던 중국 업체 푸젠진화는 미국의 거래 제한 제재로 존폐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역시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줄 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보다 공정 효율성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중국의 장점을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시장 내림세에서는 후발주자부터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소위 '보릿고개'를 버틸 수 없는 일부 후발주자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2020년 이후로 예상되는 시장 반등 수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 누릴 수 있다. 중화권인 TSMC에 몰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물량이 일부 삼성전자로 넘어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퀄컴과 엔비디아, IBM 등으로부터 잇따라 대형 수주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4차 산업혁명, 메모리는 반드시 뜬다=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D램 등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1684억47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579억5100만 달러, 2020년 1488억2000만 달러로 내림세를 이어가다 2021년 1619억200만 달러로 다시 반등세를 탈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메모리 시장은 오는 2023년에는 2213억9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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