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설치땐 별도건물에 만들어야 누전차단장치 등 보호장치 의무화 고사위기 산업 되살아날지 촉각
ESS 화재사고 대책
2017년부터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결과와 정부대책이 나옴에 따라 앞으로 ESS 화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그동안 화재로 인해 침체한 국내 ESS 관련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는 그동안 23건에 달하는 ESS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배터리 셀 결함'이 지목됐지만, 배터리 셀 자체가 화재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다수의 화재가 발생한 ESS 장치에 2017년 모 기업의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셀 해체분석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결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슷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수행했으나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화재의 직접 원인이 배터리 자체에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배터리와 함께 공급하는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이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조사위는 합선 등으로 ESS에 큰 전기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랙 보호장치 안에 있는 직류접촉기(DC콘택터)가 폭발하고, 버스바(구리로 된 기다란 판으로 일종의 전선 역할 수행)가 파손돼 동시다발적 화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문제가 직류-교류를 변환해주는 PCS(전력변환장치)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위는 확인했다. 화재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제품 결함이 지적됨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를 비롯해 PCS 제조사 등 ESS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한 ESS 운영 사업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화재의 다른 직접적 원인으로는 온도나 습도에 신경 쓰지 않은 관리부실, 설치 부주의 등이 지목됐다.
ESS내 여러 장치의 결함이 있고, ESS 설치 장소가 주로 태양광발전기, 풍력발전기 등이 있는 산악, 해안 지대로 상시 관리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ESS를 재가동했을 때 화재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제품-설치-운영' 등 전 주기에 걸쳐 안전기준과 관리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 안전확인 대상인 PCS는 올해 말까지 안전확인 용량 범위를 현행 100kW에서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까지 추가하기로 했다.
ESS 설치기준은 옥내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별도 전용 건물 내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 배터리 보호 시스템에는 누전차단장치, 과전압 보호장치, 과전류 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배터리 완충 후 추가 충전을 금지하고 배터리실 온도·습도 및 분진 관리는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과전압·과전류, 누전, 온도상승 등 이상징후가 탐지되면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비상 정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ESS 설비에 대한 법정검사 주기는 현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2013년 약 30개에 불과하던 ESS 사업장 수는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최근 947개로 급증했다. ESS 설치용량 또한 2013년 30MWh 수준에서 지난해 3632MWh로 100배 이상 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ESS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됐다. 하지만 2017년 8월 전북 고창 ESS 화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23건의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ESS 산업은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지난 4월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490곳 가운데 522개가 가동을 멈췄다.
산업부 측은 "위축된 ESS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가정용 전기차용 ESS 등 새 수요 발굴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 각종 규제 비용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