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평화센터는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이 여사가 이날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스카릿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았다.
이 여사는 유학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여성문제연구회 회장, 범태평양 동남아시아 여성연합회 한국지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여권 신장운동에도 적극 나선 1세대 여성운동가였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단순히 정치인의 부인으로 내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동지였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의 감시와 모진 탄압을 견뎌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인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사회봉사 단체인 '사랑의 친구들'을 비롯해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하는 등 사회의 어려운 곳을 돌보고, 여성과 아동 문제를 해결하고자 앞장 선 여성 지도자였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재직 시절 둘째 아들 김홍업씨와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구속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사회에 헌신했다. 미국 교회여성연합외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 여사가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이 주관해 20번째 맞은 사랑나누기바자회 한마당에 참석해 자원봉사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