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생산 가동률이 목표 수치 100%를 웃돌고 있지만 연간 공장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00% 가동률은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 역시 해외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줄어드는 일감에 노동조합은 전주공장에서 생산할 신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가동률 '100%'에도 못 웃는 사연 = 11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들어 4월까지 올해 전주공장 생산 목표로 잡은 목표치 10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공장에서는 트럭과 버스가 생산된다.
현대차는 올해 전주공장 생산 목표를 4만6700대로 설정했다. 목표치는 내수와 수출을 모두 포함한다. 1월 3600대를 시작으로, 2월(3000대), 3월(3800대), 4월(4300대)까지 3000~4000대 안팎으로 월별 생산을 목표로 했는데, 모두 100% 이상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주공장 연간 생산능력이 12만5000대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세운 생산목표는 37.36%에 그친다. 1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약 3대만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가동률 100%를 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생산이 모두 판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체는 수요를 예측해 차량 일부를 미리 생산해놓기도 한다. 현대차는 올해 1~3월 생산된 차량 중 90% 이상을 팔았지만, 4월 들어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현대차 버스의 경우 주문을 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다"며 "생산 차량 중 실제 판매로 이어진 차량의 비율이 10%P(포인트)나 떨어진 것은 상당한 '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상용차 경쟁력도 떨어져…노조 "신차 달라" = 현대차가 전주공장 생산량이 낮춰 잡은 배경은 판매 부진이다. 차량이 팔리지도 않는데 계속해서 생산해 재고만 쌓아둘 수는 없다는 판단에 내린 '고육책'이다. 결국 시장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호근 교수는 "현대차 상용차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서비스망"이라면서도 "제품 경쟁력 면에서는 스카니아, 만, 메르세데스-벤츠 등 해외 업체와 비교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상용차의 부진은 비단 국내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 상용차 공장인 쓰촨현대 역시 일감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연간 16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올해 가동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가동이 중단된 베이징현대의 1공장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지로 지목되고 있다.
가뜩이나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공장 근로자들은 새로운 차종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에서 새로운 차종을 대체 투입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 문의하라"고 답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