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이 오랫만에 수천억원 단위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한화 측은 하지만 세간에 떠돌던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번 M&A가 과거와 다른 점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 늘리기보단, 주력인 항공부품·방산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글로벌 영업망 확대로 수출에도 이바지하겠다는 김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 승부사로 꼽히는 김 회장은 실제로 과감한 M&A로 그룹 외연을 늘려왔다. 1981년 총수에 오른 김 회장은 이듬해인 1982년 곧바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을 인수하면서 10대 그룹의 한 축으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1980년 7300억 규모이던 한화그룹 매출은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고, 한화케미칼은 현재 연 매출 9조원 이상을 거두는 주력 계열사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한양유통(1986년·한화갤러리아), 대우전자 방산부문(2001년·㈜한화 구미공장), 신동아화재해상보험(2002년·한화손해보험), 대한생명(2002년·한화생명), 독일 큐셀(2012년·한화큐셀)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고, 2015년 삼성과 '화학·방산'(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탈레스), 빅딜로 방산(항공), 화학, 태양광, 보험 등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그 결과 김 회장 취임 당시 1조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 2017년 말 기준으로 52조원까지 성장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과 롯데카드 등 최근 나온 대형 M&A 건에서도 한화가 거의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이번에는 외연 확장이 아닌 현 사업구조를 더 고도화 하는 쪽으로 M&A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실제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10일 미국 항공기 엔진 부품 제조업체 EDAC(이닥)의 지분 100% 인수 발표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검토한 적도 없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항공엔진과 항공기계 등 첨단기술 사업에 집중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번 인수 규모도 3500억원 수준으로 과거 대형 빅딜과 비교하면 소규모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수직계열화의 시너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요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며 "이번 M&A는 '선택과 집중'으로, 항공기 부품 사업에서의 내실을 더 다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 증가 등으로 세계 항공기 엔진 부품시장은 2025년 54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가스터빈 엔진 창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약 8600대 이상의 엔진을 누적 생산한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제조업체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 EDAC(이닥) 사의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일 이 업체의 지분 100%를 약 3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항공기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